화산섬이 만든 독특한 지형
난개발 노출 보전대책 절실
마을공동목장 유지방안 필요
오름(기생화산), 곶자왈(용암숲지대)과 함께 화산섬인 제주지역에만 존재하는 소중한 자연자원인 ‘벵듸’를 보전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화산이 만들어낸 초원이라는 별명을 가진 벵듸는 보전등급이 낮아 난개발에 노출되어 있다.

20일 제주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벵듸는 땅 밑에 동굴이 자리 잡고 있고, 땅 위로는 초지와 습지를 가진 화산섬인 제주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지형 중 하나로 도 전역에 분포해 있다. 풍부한 초지와 습지로 인해 말과 소를 키울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인 벵듸는 제주 사람들에게 주요 생활터전이며, 마을공동목장들이 형성돼 있어 700년 동안 이어진 제주 목축문화의 거점이기도 하다. 실제 제주도의 초지 면적은 2014년 통계 기준 전국 초지(3만5,763㏊)의 46.6%(1만6,648㏊)를 차지하고 있으며, 대부분 중산간을 중심으로 한 벵듸와 오름지대에 분포하고 있다.
하지만 벵듸는 지금까지 학술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나무가 별로 없는 초원지대라 생태계 보전등급이 4~5등급에 불과해 개발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다. 이 때문에 벵듸를 보전하기 위해 체계적인 조사와 함께 보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윤용택 제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은 지난 18일 제주경제통상진흥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벵듸 보전 및 생태적 활용방안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벵듸가 분포해 있는 마을공동목장이 무분별하게 개발되면서 벵듸도 함께 사라지고 있다”며 “지난 2010년 이후 6년간 10개의 마을공동목장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골프장ㆍ리조트가 들어선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각종 개발사업으로 마을공동목장이 매각되면 벵듸도 자연히 사라질 수밖에 없다”며 “마을공동목장 유지를 위한 제도적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친환경적 수익모델을 구축해 벵듸를 보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의장은 또 “벵듸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GIS(지리정보시스템)등급과 생태계 보전등급을 상향 조정하고, 관리보전지역 조례에 벵듸 조문을 신설해 실질적인 관리 대상으로 삼아 보전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앞서 지난 14일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에 위치한 수산평 벵듸는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주최하고 문화재청이 후원하는 ‘제14회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공모전에서 올해 수상지역으로 선정됐다. 수산평 벵듸는 제주가 몽고의 지배를 받던 시절 우리나라 최초의 목마장인 탐라목장이 조성된 지역이다. 이 곳은 또 최근 추진되고 있는 제2공항 개발사업 부지와 직선거리로 5㎞ 범위 안에 있어 제2공항 개발이 시작되면 난개발이 우려되고 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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