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스캔들 연루 총리 하야 요구 집회
5만명 참가… 경찰 체포로 시민단체 지도자 줄줄이 체포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의 하야를 요구하는 집회가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약 5만명(경찰 추산 1만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말레이시아 경찰이 집회를 주도한 시민활동가와 야권 인사들을 무더기로 체포하며 시위 규모가 위축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말레이시아 시민사회 연합체인 '베르시(BERSIH)'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내 최고 번화가인 쿠알라룸푸르시티센터(KLCC)에서 5만명의 참가 속에 나집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는 지난해 8월 열렸던 같은 내용의 집회(주최측 추산 20만 명·경찰 추산 5만명)에 비해 크게 줄어든 규모다.
현지 시민사회와 야권은 말레이시아 정부의 공안탄압을 이유로 지목했다. 앞서 이번 집회를 불허한 경찰은 전날 오후 베르시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마리아 친 압둘라 대표와 만딥 싱 총무를 연행했다. 현재까지 모두 17명의 시민활동가와 야당 정치인들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베르시 측은 밝혔다. 경찰은 베르시에 대항해 맞불집회를 열려던 친정부 단체 관계자 3명도 연행했지만, 구색 맞추기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한때 나집 총리의 후견인이었지만 현재는 나집 총리 퇴진 운동을 이끌고 있는 모하마드 마하티르 전 총리는 “정부는 비겁하게도 국민의 권리인 시위를 막으려 하고 있다”면서 “모든 이들이 현 정부의 행태를 우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애초 집회 장소로 거론됐던 메르데카 광장을 폐쇄하고 시내 주요 도로를 봉쇄했다. KLCC 주변에는 물대포와 최루탄 발사기가 배치됐고 친정부 성향 극우정파 '붉은 셔츠'의 맞불 집회도 열렸지만, 이날 저녁 집회가 마무리될 때까지 특별한 물리적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베르시는 작년 8월 나집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고, 올해 7월 미국 법무부가 나집 총리의 측근들을 1MDB 부패 스캔들의 주범으로 지목하자 재차 집회를 준비해 왔다. 나집 총리는 비자금 의혹에도 불구하고 올해 5월 사라왁주 의회 선거와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압승하자 당내 반대세력을 대거 축출하고 권력기반을 강화해 왔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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