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정현욱/사진=한국스포츠경제 DB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배우고 싶은 선배다."
LG 정현욱(38)에 대해 묻자 후배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함께 더 야구를 하고 싶은데 아쉽다"는 말도 꼭 따라 나왔다.
지난 18일 정현욱이 은퇴를 결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위암 투병 뒤 돌아온 마운드에서 건재한 모습을 보여줬기에 떠나 보내야 하는 이들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0년 넘게 동고동락했던 손주인(33·LG)은 "(선수 생활을) 함께 더 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는데, 형도 고민을 많이 하고 결정을 내린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1996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던 정현욱은 2012년 말 FA(프리 에이전트)로 LG와 계약했다. 2002년 삼성에서 프로에 입단했던 손주인은 2012년 말 트레이드로 LG로 이적해 정현욱과 계속해서 한솥밥을 먹었다. 손주인은 "인간적으로나 야구선배로나 정말 본 받을 게 많은 분이다"며 "삼성에서 같이 2군에 머물던 시절에도 하루도 빼먹지 않고 훈련을 하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야구에 대한 열정이 정말 컸다"고 '선수' 정현욱을 떠올렸다.
정현욱은 프로 생활 내내 '성실함의 대명사'로 불렸다. 일상생활에서도, 그라운드에서도 그랬다. 화려하게 빛나지 않아도, 묵묵히 팀이 필요할 때마다 마운드에 올라 제 몫을 해냈다. 이적 첫 해였던 2013년에는 경기장 안팎에서 팀의 중심을 잡으며 LG의 11년 만의 가을야구를 이끌기도 했다. 정현욱을 "정신적 지주"라고 표현한 우규민(31·LG)은 "우리팀 투수진이 강해진 것도 정현욱 선배님이 오신 다음인 것 같다"며 "우승을 많이 한 팀에서 오셔서 후배들도 선배를 보며 느끼는 게 많았다. 정신적으로나 기술적인 면에서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셨다"고 말했다.
위기는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정현욱은 2014년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로 마운드를 떠났고, 그해 말 위암 판정까지 받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라운드에 다시 설 날을 꿈꾸며 병마와 싸웠고 마침내 지난 4월16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647일 만의 1군 등판을 하기도 했다. 손주인은 "작년에 2군에서 함께 재활을 할 때도 '형답게 잘 이겨내는 구나'싶었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마운드에 다시 돌아오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그는 은퇴를 결심했다. 정현욱의 마지막 등판은 8월17일 SK전이 됐다. 우규민은 "몸이 좋지 않았지만 모든 걸 극복하고 다시 마운드에 올라오셨는데 이렇게 은퇴를 하시게 돼 안타깝다"고 한숨을 삼켰다.
신인 시절부터 정현욱을 '보고 배우며' 성장했던 차우찬(29·삼성)의 마음도 비슷하다. 그는 "은퇴 기사를 보고 '1,2년 만 더 하시지 왜 벌써 그만두시느냐'고 연락을 드렸다. 선배가 '몸이 안 따라준다'고 하시더라"며 "굳게 마음을 먹으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정현욱은 그라운드를 떠나지만, 여전히 그를 '좋은 선수, 멋진 사람'으로 기억하는 이들은 많다. 차우찬은 "내가 19살에 처음 뵙고 10년을 만났지만, 항상 변함없이 열심히 하셨던 것 같다. 좋은 선배로 정말 본보기가 되는 분이었다. 선배님을 보면 '나도 저런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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