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업체들이 모바일 간편결제(pay) 서비스를 앞세워 국경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전자상거래를 기반으로 한 선도 업체들은 탄탄한 자국 시장을 바탕으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고,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애플과 구글도 이용자 확보에 열을 올린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계 모바일 페이 시장은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
모바일 페이는 카드 정보를 미리 등록하면 부가 정보 입력이나 공인 인증 없이 간단히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인증수단은 비밀번호 외에 휴대전화, NFC(근거리무선통신) 단말기, 지문 등 다양하다.
미국과 중국은 자국의 거대한 전자상거래 시장을 중심으로 모바일 페이 서비스를 확대해왔다. 대표적인 서비스로는 페이팔과 알리페이가 있다.
미국 전자상거래업체 이베이에서 분사한 페이팔은 2억명에 달하는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내 모바일 페이 시장 점유율은 절반을 넘는다. 페이팔은 최근 비자·마스터 카드, 페이스북 등과 잇따라 제휴하며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2004년 만든 알리페이는 5억명에 달하는 자국 고객을 중심으로 세계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에 이어 미국에 진출하며 세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두 업체는 최근 애플과 구글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페이팔과 알리페이가 자국 전자상거래 시장을 발판으로 성장했다면 애플과 구글은 처음부터 세계 시장에 초점을 맞췄다. 각각 iOS와 안드로이드라는 스마트폰 운영체제(OS)로 세계 시장을 양분하고 있어 가능한 일이다.
애플이 2014년 출시한 애플페이는 출시 2년 만에 12개국에 진출했다. 애플페이는 다른 결제 서비스 고객은 이용할 수 없는 폐쇄적인 구조가 특징이다. 하지만 최근 일본에 진출하며 현지 업체 '펠리카'에 서비스를 개방해 변화의 조짐을 보인다.
지난 2011년 '구글 월렛'으로 한 차례 실패를 맛본 구글은 지난해 9월 안드로이드 페이를 내놓으며 설욕에 나섰다. 세계 스마트폰시장의 70%를 장악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발판으로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내년 초에는 비자·마스터카드 가맹점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제조업체 삼성전자도 지난해 8월 지문인증 방식의 삼성페이를 내놓으며 모바일 페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삼성페이는 출시 1년 만에 국내 누적 결제액이 2조원을 넘어섰고, 올해 안에 해외 출시국을 10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글로벌 업체들이 해외 진출에 힘을 쏟으면서 한국 모바일 페이 시장도 더욱 달아오를 전망이다.
국내 시장은 이미 대형 포털과 이동통신사들이 자사 고객을 발판으로 가입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출시된 네이버페이와 2014년 나온 카카오페이는 각각 2천만 명, 1천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했다.
해외 업체들은 글로벌 전략에 따라 한국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의 알리페이는 국내 면세점과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상가를 중심으로 가맹점을 늘리고 있고, 페이팔은 하나은행·KG이니시스와 제휴해 소액 해외송금과 해외 소비자의 국내 물품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애플페이와 안드로이드 페이도 한국 진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업체들이 아직은 한국을 방문한 자국 관광객이나 해외 직구족을 겨냥하는 경우가 많지만, 점차 가맹점을 확대하고 있어 국내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라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가입자와 가맹점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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