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저녁 서울 한복판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촛불로 환하게 밝혀졌다.
시민들이 모인 광장에는 한때 빗방울이 떨어지고 바람도 강하게 불었다. 하지만 시민들은 촛불을 꺼뜨리지 않았고, 혹시 촛불이 꺼지면 옆에 있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초에 다시 불을 붙이는 모습이었다.
1503개 시민사회단체의 연대체인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4차 촛불집회를 열었다.
오후 6시부터 8시30분께까지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본행사에서 시민들은 집회를 즐기면서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박근혜는 퇴진하라. 지금 당장 퇴진하라. 국민의 명령이다. 박근혜는 퇴진하라"라는 구호를 연이어 외쳤다.
인파로 가득찬 광화문광장과 종로, 서울시청 일대에서 시민들은 "박근혜가 이렇게 경제를 살리네", "국민이 내려오라고 하면 내려와야", "아주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 등의 말을 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박 대통령 재임 시기 발생한 사건인 세월호 참사, 백남기씨 물대포 사망 사건 등에 대해 정부가 성실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는 비판 발언에 환호하거나 고개를 끄덕였다.
발언대에 선 권영국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는 '피의자' 박 대통령에게 적용 가능한 혐의를 언급하면서 "검찰이 내일 기소될 최순실(60·구속)씨의 공소장에 뭐라고 기록할지를 똑똑히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라는 발언을 거론하자 시민들은 흥분하며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음악인들도 본행사에 참석해 시민들을 독려했다. 힙합 뮤지션 가리온은 "자신의 분야에 열정을 갖고 사는 삶이 권력자와 위정자에 의해 파괴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면서 "주권자는 국민이다. 주인의 목소리로 외쳐 달라"고 호소했다.
가리온의 공연이 시작되자 시민들은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며 즐겼다. 젊은층은 몸을 위아래로 흔들었고 자녀와 함께 광장을 찾은 중장년층은 손에 든 촛불을 좌우로 흔들면서 호응했다.
가수 전인권씨는 시민들의 열광 속에 등장해 "세계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가장 폼나는 촛불 집회가 되도록 하자"라고 밝혀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전씨는 같은 날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우익단체들의 집회를 언급하면서 "박사모가 때리면 그냥 맞고, 뭐라고 하거든 그냥 지나치라"고 당부했다.
시민들은 전씨가 부르는 '걱정 말아요 그대' 등을 큰소리로 합창했다. 전씨가 애국가를 부를 때는 비장한 얼굴로 청와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불렀다.
과거 1987년 6월 항쟁 경험이 있는 40~50대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관악구에서 왔다는 나모(49·여)씨는 "그간 나오지 못하다가 (김진태 의원의)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라는 말을 듣고 안 되겠다 싶어서 집회에 참석했다"면서 "대통령이 꼼짝 않고 있지 않나. 민심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고 개탄했다.
시민들은 집회 틈틈이 '촛불 파도타기'를 하면서 환호했다. '박근혜 퇴진'이라고 적힌 피켓을 든 아이를 사진에 담는 부모들도 보였다.
중학교 1학년 송혁진(13)군은 "사람들도 많고 분위기가 웅장한 것 같다"면서 "최순실씨 국정 개입, 정유라씨도 그렇고 박근혜 대통령은 문제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본행사를 마치고 시민들은 모두 일곱 군데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시민들은 "박근혜는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새문안로와 종로 등을 거쳐 내자동 사거리로 향했다.
오후 8시30분 기준으로 서울 도심에 모인 시민은 주최 측 추산 60만명, 경찰 추산으로도 17만명에 달한다. 광역시, 지역 등 개별 거점에서도 시민 35만명이 몰려 전국적으로 거리로 나선 시민 수는 약 95만명으로 추산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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