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 책임을 물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4차 주말 촛불집회가 19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로 열렸다. 진보진영 1,5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6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퇴진 4차 범국민행동' 행사를 시작했다. 주최 측은 오후 6시30분 기준으로 서울에 35만명이, 경찰은 13만5천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광주, 울산, 대전, 전북, 경남, 충남 등 전국 60여개 지역에서 박 대통령 하야와 '최순실 게이트' 엄정 수사를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부산에서도 대통령 하야 촉구
19일 부산에서도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진행됐다.
이날 오후 5시 문화제 형식의 사전집회를 시작으로 서면 쥬디스태화 백화점 옆과 부산진구 도시철도 범일동역 앞 등지에서 ‘박근혜 하야 10만 부산 시국대회’가 시작됐다.
집회 현장에는 오후 4시부터 시민들이 모이기 시작해 오후 7시30분 현재 주최 측 추산 5만여 명(경찰 추산 7,000여명)이 사전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시민들은 ‘박근혜 즉각 하야’‘이게 나라냐’’박근혜를 창살 집에’‘박근혜 대통령을 사법처리하라’고 쓰인 팻말과 풍선, 촛불 등을 들고 한 목소리로 박 대통령 하야를 촉구했다.
앞선 오후 5시50분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집회에 참석했다. 문 대표는 이 자리에서 ‘부산시민과 함께하는 시국 토크’를 열고 “한 민간인이 국가의 정책 등을 농단하게 만든 박 대통령은 자격이 없다“며 “촛불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스스로 물러나라”고 말했다.
주최 측은 촛불 집회를 오후 7시30분부터 시작해 8시 30분께 마치고 서면에서 도시철도 동래역까지 6.52㎞를 행진하며 ‘박 대통령 퇴진 촉구’를 위해 한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이후 오후 11시쯤 동래역에서 정리 집회를 열고 이날 시국집회를 마무리한다.
대전서 시민 3만명 촛불 밝혀
19일 대전에서 열린 주말 4차 촛불집회에선 주최측 추산 시민 3만여명(경찰추산 6,000여명)이 모여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가 열린 대전 둔산동 타임월드 네거리~파랑새 네거리 4차선 도로와 인도를 가득 메운 시민들은 손피켓과 촛불을 들고 “박근혜는 퇴진하라”, “새누리당은 해체하라”, “민주주의를 지켜내자” 등의 구호를 연호했다.
민주노총대전지역본부 이대식 본부장과 천주교대전교구 김다울 신부(정의평화위원), 강소정(서일여고 2학년)양, 한남대 강신철 교수 및 신성재(학생)씨, 대전충남시민환경연구소 오수한씨, 경덕공고 홍성중군 등이 단상에 올라 자유발언을 이어갔다.
촛불집회를 주최한 박근혜 대통령 퇴진 대전운동본부(85개 시민사회단체 참여)는 가짜 대통령 등 영상을 상영하고, 대전청년회 노래모임 ‘놀’ 등의 공연도 마련했다.
시국대회를 마친 뒤 시민들은 타임월드 네거리에서 선사유적지 네거리 등을 거쳐 돌아오는 3.1㎞ 구간의 거리행진을 마친 뒤 해산했다. 행진을 시작할 무렵 보슬비가 내렸지만, 인근을 지나던 일부 시민들도 거리 행진에 동참하는 등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이날 박사모 등 맞불집회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촛불집회는 대전지역 85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박근혜 대통령 퇴진대전운동본부가 주최했다.
0%의 광주, “환장할 대통령 땜시 환장허겄소”
“박근혜 대통령에게 꼭 대통령이라고 불러야 합니까?”
0%의 땅, 그곳에서 다시 타오른 5만여 개의 촛불은 끓어오르는 분노 그 자체였다. “제발,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라. 그리고 당장 하야하라.” 귀를 막고 돌아선 대통령을 돌려세우려는 외침엔 간절함마저 배어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 0%. 광주에서 3주째 계속되고 있는, 이 믿기지 않는 ‘영(0)의 행진’은 쉽사리 깨지지 않을 듯 했다.
19일 오후 6시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 5ㆍ18민주광장과 금남로에서 열린 광주 10만 시국 촛불대회가 이를 입증했다. 광장과 도로를 가득 메운 5만여 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들은 촛불을 치켜들며 “이젠 우리도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있어도, 다 들리고 다 보인다”고 했다. ‘샤먼 대통령’이라는 조롱을 받는 박 대통령을 풍자한 것이었다. 이는 최순실(60)씨의 국정 농단 파문의 몸통이 박 대통령이라는 확신 없이는 불가능한 말이었다. 박모(53ㆍ광주 서구)씨는 “그만큼 (최순실씨와 국정을) 말아먹었으면 된 것 아니냐. 사람이 염치가 있어야지, 더 이상 구차하게 자리에 연연해 하지 말고 빨리 내려오라”고 일갈했다.
이날 촛불 집회가 열린 5ㆍ18민주광장은 다시 일어선 ‘광장(廣場)’이었다. 1980년 5ㆍ18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 앞 분수대를 에워싸고 열렸던 ‘민주화대성회’를 연상케 했다. 실제 이날 분수대 주변엔 ‘80년 5월 광주’를 재연하듯 수십여 개의 횃불을 밝히는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다만 그 때와 다른 게 있었다면, ‘나라를 걱정하는’ 중ㆍ고교생들의 쓴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려 퍼졌다는 것이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박근혜를 하옥시켜라” 이날 3시간 넘게 계속된 ‘촛불 함성’은 광주시민들의 시국선언으로 이어졌다. 이날 광주시민들(박근혜퇴진광주시민운동본부)은 시국선언문을 내고 “우리 주권자들은 국정과 헌정을 농단한 박근혜 대통령의 권한을 환수하기 위해 나섰다”며 “정권을 퇴진시키는데 머물지 않고 반드시 ‘국민권력’을 탄생시키는 것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보수의 성지’ 대구에 타오른 촛불 1만5000개
‘내려와라 박근혜’ 박근혜(대통령)퇴진 3차 대구시국대회가 19일 오후 5시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주최측 주산 2만 명(경찰 추산 5,000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주최측이 직접 준비한 양초 1만 개가 모두 나갔고, 일부 단체에서 따로 준비한 LED양초도 동이 난 점 등을 고려하면 1만5,000명은 족히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열린 2차 시국대회에서 4,000여 명이 참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1주일여 만에 4배 가까이로 증가하는 등 대구시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음을 방증했다.
이날 차량통행을 전면 통제한 채 시국대회가 열린 대구 중구 중앙네거리-반월당네거리 사이 800m구간은 도로는 물론 인도까지 사람이 지나다니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가득 찼다. 학생 노동자 회사원은 물론 70~80대 어르신, 부모 손을 잡고 나온 유치원, 초등생, 유모차를 타고 온 어린이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의 “박근혜 퇴진ㆍ새누리 해체”를 외쳤다.
주최 측은 자유발언에 나선 시민들이 많아 당초 계획보다 1시간 가량 늦은 오후 7시쯤부터 중앙네거리-공평네거리-봉산육거리-반월당-중앙파출소까지 행진했다.
제주, 104개 단체 퇴진 한 목소리
제주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이 다시 한번 타올랐다.
제주지역 학계, 종교, 정치, 교육, 농민, 언론, 여성 등 각계 분야 104개 단체로 구성된 ‘박근혜 정권 퇴진 제주행동’(제주행동)이 주최한 ‘박근혜 하야 촉구 5차 제주도민 촛불집회’가 19일 오후 6시 제주시 제주시청 종합민원실 앞 도로에서 진행됐다.
이날 촛불집회가 시작되기 1시간 전부터 시민들이 집회 장소로 하나 둘 씩 모여 들기 시작해 5,000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함께 ‘박근혜 퇴진’을 외치면서 촛불을 들어 올렸다.
이날 촛불집회는 참가자들의 자유 발언과 대학로 행진, 공연 등 순으로 진행됐다.
▶ 45초 만에 보는 전국 촛불집회 영상보기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nankookilbo.com
대전=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광주=안경호기자 khan@hankookilbo.com
대구=배유미기자 yum@hankookilbo.com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제주=김영헌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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