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수행평가조차 친구한테 써 달라는 학생은 없습니다.”
19일 오후3시 서울 종로구 영풍문고 앞 ‘11ㆍ19 2차 청소년 시국대회’ 현장. 17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고3 수험생과 청소년 1,000여명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4차 촛불집회를 앞두고 다시 한번 뭉쳤다. 저마다 ‘수능 끝 하야 시작’ ‘최순실 공화국이 아닌 대한민국의 학생이고 싶다’ 등 젊은 민심을 대변하는 플래카드를 두고 박 대통령은 물러나라고 소리쳤다.
수험생들의 얼굴에선 시험을 무사히 치렀다는 안도감보다 위기에 빠진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이 묻어났다. 이날 오전 대학 논술시험을 끝내고 점심도 거른 채 집회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긴 이들은 컵라면과 빵으로 배고픔을 달래가며 구호를 외쳤다. 최모(18)양은 “논술시험까지 마무리됐지만 마음을 다잡고 현장에 나왔다”며 “비선실세의 딸은 돈도 실력이라고 했는데 지금껏 노력 없이 무엇을 얻을 수 있다고 배운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수험생들은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 이어 조카 장시호씨도 입학ㆍ학사 특혜 논란이 불거지자 분노를 쏟아냈다. 서울 예일여고 3학년 남지원(18)양은 “학생이니까 공부하고 참으라’는 말에 화가나 수능이 끝나자마자 광장으로 달려 왔다”며 “공정성이 생명인 대학 입시마저 돈의 위력에 무너지면서 친구들 사이에 무력감과 박탈감이 퍼졌다”고 전했다.
다양한 연령대의 청소년들도 시국대회에 참석해 목소리를 높였다. 동인천여중 1학년 이지원(13)양은 “대통령은 국민의 뜻을 받아 나라를 통치하는 사람인데 최씨 한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 됐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현은(13)양도 “부모님은 평생 우리 공부 시키느라 힘들어 하는데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세상은 변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 여기까지 왔다”고 전했다.
청소년들은 이날 시국대회를 마치고 영풍문고 앞에서 을지로입구역, 파이낸스빌딩을 거쳐 광화문광장까지 2㎞를 행진했다. 주최 측 관계자는 “이날 수능 후 첫 주말을 맞아 많은 수험생들이 거리로 나왔다”며 “앞으로 매주 개최되는 촛불집회에 합류해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정권 퇴진을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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