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ㆍ국민의당ㆍ정의당 등 야3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주도하지 못한 채 촛불 민심과 검찰만 쳐다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국내각 구성, 박근혜 대통령 탄핵 추진, 박 대통령 퇴진 운동 사이를 오락가락하면서 외부 환경 변화에만 의지해 공세 전환의 계기만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18일 8일만에 공식 일정을 잡고 국정 재개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지만 야3당은 아직 이렇다 할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야3당 대표들은 전날 국회에서 만나 범국민 서명운동 전개, 박 대통령에 대한 철저 수사 촉구 등 4개항에 합의했지만 박 대통령의 버티기에 따른 교착 국면을 돌파하기엔 역부족인 합의였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국면 돌파를 위해 4자 영수회담과 총리 교체를 제안하긴 했으나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 심상정 대표는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거절했다. 영수회담이나 새 총리 인선이 박 대통령의 즉각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민심과 달리, 박 대통령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야권 분열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야권이 촛불민심의 눈치를 보는 것이지만 박 대통령이 끝까지 버티면 야권이 쓸 수 있다는 카드는 사실상 탄핵 밖에 없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검찰만 쳐다보고 있다. 탄핵 추진시 절차상의 불확실성과 역풍 우려로 일단 최순실ㆍ안종범 등 ‘최순실 국정농단’ 연루자들에 대한 검찰 공소장이 나오면 이를 근거로 탄핵 소추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대통령이 하야하지 않으면 민주당은 야3당 공조 아래 헌법상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을 정지시키고, 대통령의 정치적, 법적 퇴진을 준비할 것”이라며 탄핵안 발의를 시사했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도 “최순실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의 범죄사실을 적시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야권의 행보는 ‘돌다리도 두드리며 가자’는 식이지만, 지나치게 몸을 사리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정치권 관계자는 “야권이 최순실 파문 이후 줄곧 ‘부자 몸조심’의 행태만 보이고 있다”며 “내각에 참여해 국정 수습에 나서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과감하게 퇴진 투쟁을 벌이는 것도 아니고 탄핵 추진에 대해서도 검찰 조서만 마냥 기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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