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아폰의 일부 생산라인을 미국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로 나가 있는 공장들을 다시 불러들여 제조업을 부흥시키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을 의식한 행보로 해석된다.
1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이폰 위탁 생산 업체 폭스콘을 자회사로 둔 대만 홍하이 그룹이 미국에서 아이폰을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미국 내 아이폰 생산이 가능한지 여부를 지난 6월 홍하이에 타진했다. 이 시기는 트럼프 당선인이 후보시절 선거운동을 하면서 중국 등지에서 위탁 생산하는 애플을 강하게 비판하던 때와 겹친다고 니혼게이자신문은 보도했다. 경제전문지 포천 등 미국 언론들은 이 보도를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이 내세우는 제조업의 미국 회귀 방침에 대한 애플의 대응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들어 미국 내 생산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한 홍하이는 공장 이전비, 부품조달 물류비용 등 비용 문제를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생산하게 되면 제조비용이 두 배 가량은 급증할 것이라는 게 업계 추산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이폰 부품을 미국으로 가져온 뒤 조립하면 기기 한 대당 생산비가 30~40달러 더 들어갈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다만 타이정우 폭스콘 부회장이 최근 한 강연에서 “우리는 지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새 생산 시설을 일본에 짓고 있다”며 “미국에서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발언을 해 주목 받고 있다. 그는 “만약 우리 주요 고객이 미국에서 제조해달라고 요구한다면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라고도 말해 애플의 제안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이 주창한 제조업 부흥 정책과 애플 공장의 미국 이전은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애플은 휴대폰용 메모리 반도체 칩은 한국에서, 디스플레이는 일본에서 사들이고 있다. 대만 폭스콘에서는 저렴한 인건비를 활용해 단순 조립만 한다. 아시아지역 공장에서 담당하는 수준을 미국으로 옮겨봤자 비용만 치솟을 뿐 제조업 부흥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투자은행 드렉셀 해밀턴의 브라이언 화이트 애널리스트는 “아시아시장에서 고용한 숙련공을 미국에서 같은 비용으로 구하는 건 어렵다”며 “가격 경쟁력이 치열해지고 있는 휴대폰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아이폰을 살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또 다른 위탁생산 업체 중국 페가트론도 애플로부터 같은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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