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이른 시점에 금리 인상”
달러 인덱스 13년 만에 최고치
내년 달러 강세 더 가팔라질 듯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 당국 긴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몰고 올 혼란을 뜻하는 ‘트럼패닉’(Trumpanicㆍ트럼프+패닉)과 연내 확실시 되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미국 달러화 초강세 시대를 열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은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당시를 뛰어넘었고, 위안화는 최장기간인 11거래일 연속 절하 행진을 이어갔다. 일본 엔화 역시 약세다. 이를 바라보는 통화당국의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18일 원ㆍ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3원 오른 1,183.2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ㆍ달러 환율이 1,180원 선을 넘긴 건 브렉시트 가결로 환율이 급등했던 지난 6월27일(1,182.3원) 이후 처음이다. 이날 고시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6.8796위안)도 전날보다 0.15% 올라 이달 4일부터 11거래일 연속 상승(위안화 가치 절하)했다. 위안화 가치는 2008년 6월20일(6.8826위안)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로 위안화 강세를 보일 거라던 당초 예측을 뒤집는 결과다.
이는 인위적인 절하라기보다 달러화 초강세의 반작용이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실제 유로화ㆍ엔화ㆍ파운드화 등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평균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장중 100.97을 넘겨 1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데다, 재닛 옐런 미국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이 17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합동경제위원회 청문회에서 “비교적 이른 시점에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것이 기름을 부었다.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며 강세를 보일 거라던 예측이 지배적이었던 엔화 역시 약세를 보이며 엔ㆍ달러 환율은 이날 5개월 만에 110엔선을 돌파했다. 달러에만 돈이 몰리면서 실물 안전자산인 국제 금값(온스당 1,216.90달러ㆍ17일 기준)역시 6월2일 이후 최저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연준이 다음 달 금리를 올리고, 내년 1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달러 강세는 더 가팔라질 수 있다. 이미 시장에서는 원ㆍ달러 환율이 연말까지 달러당 1,200원을 넘어설 것(홍춘욱 키움증권 연구원)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위안화 환율은 3개월 안에 달러당 7위안, 6개월 뒤에는 7.15위안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각국의 셈법은 복잡해지고 있다. 자국통화 약세는 수출 환경에는 도움을 줄지 몰라도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 외환당국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시중 은행장들과 가진 금융협의회에서 “금융ㆍ외환시장 불안이 확산될 우려가 있을 경우 적시에 안정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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