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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슬지 않는 열정을 파헤친 녹의 모든 것

입력
2016.11.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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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Rust)

조나단 월드먼 지음ㆍ박병철 옮김

반니 발행ㆍ344쪽ㆍ1만8,000원

스테인리스 스틸에 둘러싸인 우리들 대부분은 오래된 금속, 특히 철이 부식되어 붉게 변한 결과로 생기는 녹을 만나게 될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누가 녹 따위에 관심이 있을까? 저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40피트짜리 요트 ‘시지지'에 거주하는 동안 겪었던 녹과의 싸움에서 영감을 얻어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도대체 이런 주제가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을지, 그 내용이 어떨지 하는 단순한 호기심에 집어 들었다가 끝내 다 읽고 말았다. 그만큼 책은 재미있고 유익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원소 종류의 4분의 3은 금속이다. 금속은 단단함의 상징처럼 여겨지지만 알고 보면 대다수 금속은 녹에 아주 취약하다. 화성 표면이, 그랜드 캐니언이나 벽돌이 붉은 것도 알고 보면 녹과 관련이 있다. 또한 다양한 금속만큼이나 녹의 색깔도 다양하다. “녹은 칼슘을 흰색으로, 구리를 녹색으로, 스칸듐을 핑크색으로, 스트론튬을 노란색으로, 탈륨을 푸른색으로, 토륨을 회색으로” 만든다.

녹은 어떻게 생길까? 로마의 장군이자 자연철학자였던 플리니우스는 “철의 강력한 힘을 견제하기 위해 자연이 내린 형벌이 녹”이라는 재미있는 설명을 내놓았다. 뜻밖에도 녹에 관한 학술적 이론은 20세기 초반이 되어서야 처음 등장하는데, 1923년에 요하네스 브뢴스테드와 마틴 로우리 그리고 길버트 루이스가 ‘산과 염기의 화학 결합'이라는 개념을 정립했다. 이들의 정의에 의하면 양성자(수소이온, H+)를 내놓은 물질이 ‘산’이고 받는 물질이 ‘염기’다. 녹은 물이나 습기가 있는 곳에서 산소와 쇠가 반응하여 산화 작용을 통해 만들어지지만, 산소가 없는 곳에서도 쇠가 염소와 반응해 생길 수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직접 미국의 곳곳을 누비면서 ‘녹'과 관련 있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거나, 직접 체험하면서 얻어진 생동감 있는 취재에 기초하고 있어 특히 흥미롭다. 녹을 주제로 한 저자의 이야기는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기 위해 ‘자유의 여신상’에 올라간 두 명의 등반가로부터 시작해서, 녹에 대해 다양한 실험을 했던 로버트 보일, 스테인리스강을 만든 사람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영국 금속야금학자이자 제철인 해리 브리얼리, 녹을 예술로 승화한 사진예술가 앨리사 이브 쉬크, 녹과 싸우며 부식방지에 ‘던 마이어 프로세스’라는 명칭이 붙게 한 녹 전문가 댄 던마이어, 미국 아연도금협회(AGA)의 전무인 필 래리그, 미국부식기술자협회(NACE)의 여러 사람들, 1,280㎞의 거리를 잇는 알래스카 횡단 송유관(TAPS)의 파이프라인 부식 관리 전문 엔지니어 바스카 네오기 등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펼치는 휴먼드라마이기도 하다.

녹으로 인해 미국에서 한 해 동안 발생하는 손실액은 GDP의 약 3%가량인 4,370억 달러로 어마어마하다(이는 스웨덴의 GDP보다 많은 액수다). 하지만 녹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이로 인해 녹으로 인한 위험과 손실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 책은 녹에 관한 한 모든 각도에서 접근해 우리의 이해를 넓히고 경각심을 심어주는 동시에 부식 방지 사업이 앞으로 적지 않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도 보여주고 있다.

<과학책 읽는 보통 사람들>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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