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수사 대상 아냐” 선 그었다
수사 받겠다고 하자 급선회
조사 시점도 통첩 수준 머무르다
“朴, 피의자 전환” 시사 뒷북

최순실(60ㆍ구속)씨 기소 전 박근혜 대통령 직접조사가 결국 무위로 돌아가면서 검찰의 안일했던 대응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헌법상 조사대상이 아니다, 참고인이라 강제 소환할 수 없다며 검찰 스스로 수사를 제한하면서 진상규명을 방기한 꼴이다. 특검에 수사를 넘겨야 할 운명인 검찰의 한계가 재확인됐다는 평이다.
18일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지검장) 관계자는 “(최씨 등) 기소 전에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어려워진 만큼 대통령에 대한 범죄 혐의 유무는 그 동안의 피의자ㆍ참고인 진술과 증거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박 대통령의 혐의가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대통령을 사실상 피의자로 간주한다는 언급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최씨 기소 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강제 소환할 기회는 이미 날려버린 뒤다.
특히 최씨와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47) 전 부속비서관의 공소장을 통해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대비할 우려까지 제기된 상황에서 검찰 안팎에서는 “권력의 눈치를 본 검찰의 수사 전략이 실패를 불렀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수사본부는 지난 달 26일 여야가 ‘최순실 특검’에 합의한 다음날 구성됐다. 당초 최씨 고발 사건을 특수부가 아닌 부동산 사건 전담 부서인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에 배당해 ‘수사 의지가 없다’는 비난을 받았다. 검찰은 뒤늦게 수사본부를 출범시켰지만 출범 당일 “대통령은 형사소추 대상이 아니다”라며 헌법을 내세워 대통령 수사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선을 그었다. 김현웅 법무부장관 역시 같은 날 “여러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대통령은) 수사대상도 되지 않는다는 게 다수설”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광화문 100만 촛불시위 다음날인 지난 13일, 대통령이 자발적으로 수사를 받겠다는 의사를 밝힌 지 9일 만에야 검찰은 처음으로 “대통령이 핵심 참고인이라 직접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솔직히 (대통령이 조사 받겠다고 밝히는 것을) 전제로 준비했다”며 헌법이 아닌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을 따랐음을 시인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버티기에 나서 대면조사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검찰은 또 참고인 신분을 고집하며 물러섰다. 박 대통령이 변호인을 내세워 검찰이 제시한 “16, 17일 조사가 어렵다”고 하자 18일로 조사 시점을 미루기만 했다. 애당초 박 대통령의 신분을 참고인으로 확정하지 말고 강제소환 가능성을 남겨뒀어야 한다는 야권의 비판도 제기됐다. 검찰은 “지금까지 (피의자가) 아니었는데 시간이 경과했다고 해서 전환하면 이상하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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