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수 모두 너무 어려웠다” 평가
SKY 인문계 380점대 중반 예상
“아직 안 온 애들은 대체 언제 오려나.”
6년 만의 ‘불수능’이라 불리는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다음 날인 18일 오전 서울 양재고등학교 3학년 한 문과반 교실에는 “너무 어려웠다”는 아우성마저 사라진 채 침묵만 맴돌았다. 전날 집에서 가(假)채점을 한 학생들이 대거 결석해 교실에는 13명만 앉아 있었다. 김준연 담임 교사는 “학교에 나와 ‘수능 가채점 점수 쪽지’에 성적을 적어내야 하는데, 시험을 못 봤다고 생각했는지 학생들이 거의 안 나왔다”고 했다. 이 반 노선민양은 “그나마 풀만 했던 한국사를 빼고 모든 영역이 어려웠다”며 “언어도 6, 9월에 비해 어려워 당황했고, 영어 빈칸 찾기는 무슨 말인지 몰라 거의 찍은 수준”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한쪽에서는 “수학은 이미 포기했어. 불수능이 아니라 ‘용암’수능이야”라는 맞장구가 나왔다. 점수를 제출한 이들은 서둘러 교실을 떠났다.
해당 교실 분위기처럼 이번 수능은 근래 들어 가장 어려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상 밖 난도에 좌절하는 수험생들이 다수지만, 국영수 모두 어려웠던 탓에 오히려 자신의 실력에 맞춰 대입전략 짜기는 쉬워졌다는 게 입시업체들의 얘기다. 특히 상위권 학생들은 중상위권과 격차를 벌릴 수 있어 유리해졌다.
이날 유웨이중앙교육, 종로학원하늘교육, 메가스터디 등 주요 입시업체가 수능 가채점 점수를 취합한 결과, 대부분 영역에서 1등급 커트라인이 작년보다 내려갔다. 국어는 1등급 커트라인이 지난해 국어 A 96점, 국어 B 93점에서 이번에 92점(통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탐구 영역 대부분 과목도 작년보다 1등급 커트라인이 2~3점씩 하락했다.
수학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종로학원하늘교육과 메가스터디, 유웨이중앙교육은 원점수 기준 1등급 커트라인을 가형(이과) 92점, 나형(문과) 88점으로 추정했다. 특히 나형은 작년 문과생들이 응시한 A형(95점)과 비교해 7점이나 떨어져 매우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수학 영역 체감 난도가 유독 높아 문과 학생들은 수학 점수가 정시전형 당락을 좌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영어 1등급 커트라인은 작년과 같은 94점으로 추정됐다.
시험이 어려워져 변별력이 커진 만큼 중위권을 따돌린 상위권 학생에겐 호재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같은 등급 안에서도 표준점수 차이가 벌어져 수험생들이 고루 분포할 전망”이라며 “높은 점수대에 최상위권과 상위권, 중상위권이 몰리는 ‘쉬운 수능’에 비해 정시전형 예측성이 높아졌다”고 평했다. 임성호 대표이사는 “최상위권에서는 수시전형 구술면접이나 대학별고사를 보지 않고 정시에서 승부를 보려는 학생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하위권에겐 수시 최저학력기준을 맞추는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시험이 이례적으로 어려워 현재 추정 커트라인의 정확도를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등급 커트라인보다 1, 2점 낮다면 포기하지 말고 대학별고사를 응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종운 평가이사는 “점수가 고르게 분포한 만큼 소신 지원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입시업체들은 이날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예상 합격선도 내놨는데,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인기학과는 인문계 380점대 중반, 자연계 380점대 후반으로 예상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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