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적’ 만나는 아스날, ‘천적’ 만나는 벵거
산 넘어 산이다.
아스날이 올드 트래포드에서 19일(한국시간) 오후 9시30분에 열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2라운드 원정을 떠난다. 지난 6일 열린 토트넘과의 EPL 11라운드 라이벌전 ‘북런던 더비’ 이후 연이어 라이벌 경기를 치른다. 맨유와 아스날은 전통적인 라이벌 관계는 아니지만 90년대 후반부터 EPL 우승을 다투며 라이벌이 됐다. 당시 두 팀의 경기마다 중원에서 맞붙은 아스날의 패트릭 비에이라(40)와 맨유 로이 킨(45)의 신경전은 두 팀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아스날과 맨유의 라이벌 관계를 연 비에이라와 로이 킨
아스날에게는 북런던 더비 이상으로 어려운 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맨유의 전력 때문이 아니다. 맨유는 현재 5승3무3패(승점18) 6위로 밀려나 있고, 주포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5)도 경고 누적으로 아스날전에 출장할 수 없다. 문제는 아스날에게 있다. 아스날이 올드 트래포드 원정에서 승리를 거둔 기억이 희미하기 때문이다. 아스날은 2006년 9월 19일,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맨유와의 경기에서 에마뉘엘 아데바요르(32ㆍ무소속)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둔 이후 10년동안 올드 트래포드 원정에서 2무7패에 그치며 단 한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특히 2011~12시즌 올드 트래포드 원정에서 당한 2-8 참패는 아스날 팬들에게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아스날은 지난 11라운드 북런던 더비에서 1-1 무승부를 거두며 11라운드 승리를 거둔 리버풀(8승2무1패ㆍ승점26)과 첼시(8승1무2패ㆍ승점25)에 밀려 EPL 4위(7승3무1패ㆍ승점24)로 내려앉았다. 아직은 승점차가 적은 만큼 맨유전에서 승리한다면 추격을 이어갈 수 있지만 맨유 원정에서의 과거 성적을 보면 아스날의 승리는 쉽지 않아 보인다.
▲벵거 감독과 무리뉴 감독의 몸싸움
아르센 벵거(67) 아스날 감독 역시 ‘천적’을 만난다.
벵거 감독은 주제 무리뉴(53) 맨유 감독만 만나면 작아졌다. 벵거 감독은 2015~16시즌 커뮤니티 실드(EPL 우승팀과 FA컵 우승팀의 시즌 시작 직전 맞대결하는 대회)에서 무리뉴의 첼시를 1-0으로 꺾기 전까지는 13경기 6무7패의 성적을 거두며 무리뉴 감독에게 열세를 보여왔다.
두 감독의 해묵은 감정 역시 유명하다. 2004년 무리뉴가 첼시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벵거 감독이 첼시의 이적료 지출을 비판하자 무리뉴 감독은 2005년 10월 “벵거는 (첼시에 대한) 관음증이 있는 것 같다”고 발언했다. 무리뉴가 이탈리아 인터밀란과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를 거쳐 2013년 다시 첼시로 돌아온 뒤에도 두 감독의 신경전은 계속됐고, 급기야 2014년 10월 5일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2014~15 EPL 7라운드 첼시와 아스날의 경기 도중 몸싸움으로 이어졌다. 개리 케이힐(30ㆍ첼시)의 반칙에 알렉시스 산체스(27ㆍ아스날)가 쓰러지자 강한 처벌을 요구하며 심판에게 항의하는 벵거 감독에게 무리뉴 감독이 “네 자리로 돌아가라”고 말하며 시비가 붙었고, 벵거 감독은 무리뉴 감독을 손으로 밀쳤다.
두 감독의 신경전으로 영국 언론은 매번 맞대결 때마다 그들의 발언 혹은 행동에 주목하고 있다. 2015년 무리뉴 감독은 커뮤니티 실드에서 아스날에 0-1로 패한 뒤 우승 세리머니를 마치고 내려오는 아스날 선수들과 악수를 나누며 우승을 축하했지만 벵거 감독과는 엇갈려 지나갔다. 이를 두고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과 더 선은 1면에 두 감독이 엇갈리는 사진을 실으며 각각 ‘유치하다’, ‘철 좀 들어라’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2015년 커뮤니티 실드 경기가 끝난 뒤 엇갈리는 두 감독
벵거 감독은 18일 EPL 12라운드를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무리뉴는 그의 팀을 위해 싸우고 나 또한 그렇다”고 말하며 둘 사이에서 벌어진 언쟁이 특별한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벵거 감독은 이어서“당연히 나는 무리뉴와 악수를 할 것”이라며 상대를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으로는 “나는 많은 감독들을 상대로 이겨봤다. 하지만 그것은 감독 간의 싸움이 아니라 두 팀간의 싸움”이라며 무리뉴 감독과의 상대전적에 신경을 쓰는 듯한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정진욱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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