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 장기화로 가계의 실질소득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명목상 소득이 찔끔 늘어나고는 있지만, 이보다 물가가 더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실제로 가계가 손에 쥐는 소득은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저소득층의 실질 소득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18일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올해 7∼9월 가구당(2인 이상) 월평균 소득은 444만5,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7% 증가했다. 작년 3분기(0.7%) 이후 5분기 연속 0%대 증가율이다
특히 물가를 고려한 실질 소득은 0.1% 뒷걸음질쳤다. 실질 가계소득은 0.0%(작년 3분기) → -0.2%(4분기) → -0.2%(올 1분기) → 0.0%(2분기) → -0.1%(3분기) 등 감소 내지는 정체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소득이 줄면서 소비심리도 꽁꽁 얼어붙었다.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57만9,000원으로 0.7% 늘었지만, 역시 물가를 고려한 실질 소비지출은 0.1% 줄면서 3분기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가처분소득 중에서 소비지출액 비율을 보여주는 소비성향도 3분기 기준 역대 최저인 71.5%에 그쳤다. 세금 등을 제외한 가처분소득이 월 100만원이라면 이중 71만5,000원만 소비하고 28만5,000원은 비축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빈부격차는 더 벌어졌다.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41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5.9%나 감소했다. 경기 불황으로 일용직 수가 줄고 영세자영업 경기도 나빠진 탓이다. 반면 소득 5분위(상위 20%)의 월평균 소득은 1년 전보다 2.5% 늘어난 854만5,000원에 달했다. 두 집단의 소득격차는 1년 전 4.46배에서 4.81배로 확대됐다. 김보경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소득격차가 더 벌어진 것은 소득이 낮은 고령인구 비중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령화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될 거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소득격차 역시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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