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도 ‘2년차 징크스’가 있는 것일까.
초보 사령탑 반란을 일으켰던 ‘소리 없이 강한 남자’ 추승균(42) 프로농구 전주 KCC 감독이 두 번째 시즌 만에 시련을 겪고 있다. 지난 시즌 중위권 전력으로 평가 받았던 팀을 16년 만의 정규시즌 정상에 올려놓았지만 우승 후보로 꼽혔던 이번 시즌에는 10위로 추락했다. KCC는 17일 현재 2승8패로 최하위다.
팀 전력의 70% 이상을 차지했던 ‘빅3’의 부상 이탈이 뼈 아팠다. 주전 5명 중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안드레 에밋(34)과 221㎝의 최장신 센터 하승진(31), 야전사령관 전태풍(36)이 모두 전열에서 이탈한 상황이다.
1990년대 말 프로야구 해태를 이끌었던 김응용 전 감독이 “동열이도 없고, 종범이도 없고”라고 답답함을 나타냈던 것처럼 추 감독의 속도 타 들어갔다. 추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준비를 많이 했는데 주축 3명이 부상으로 빠졌다”며 “감독 첫 시즌보다는 여유가 생겼지만 성적이 안 나와 안타깝다”고 말했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지만 선수들의 부상 정도가 심해 전망은 어둡다. 팔꿈치 인대가 파열된 전태풍은 지난 15일 수술을 받았다. 추 감독은 “재활도 하고 복귀하려면 최소 3개월은 걸린다”며 “다친 팔이 주로 쓰는 왼 팔이라 경기를 뛰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발목 수술을 받은 하승진의 몸 상태에 대해선 “경과는 괜찮다고 하지만 부상 부위가 좋지 않은 만큼 올 시즌은 힘들다”고 설명했다. 추 감독의 판단은 전태풍과 하승진 모두 시즌 아웃이다.
KCC가 기댈 희망은 복귀를 앞둔 에밋이다. 올 시즌 개막 후 2경기를 뛰고 사타구니 부상으로 빠진 에밋은 오는 24일 창원 LG전부터 코트를 누빌 예정이다. 지난달 28일 원주 동부전 이후 거의 한 달만이다. 에밋은 지난 시즌 54경기를 모두 뛰며 평균 25.7점을 넣었고, 올 시즌 2경기에서는 평균 17.5점을 기록했다.
에밋은 마음이 급하다. 부상 이후에도 꾸준히 오전, 오후 훈련을 빠지지 않고 소화했다. 동료들과 함께 뛰어야 할 코트가 아닌 관중석에서 지켜볼 때는 스스로에게 화를 많이 낼 정도로 복귀를 기다렸다. 추 감독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며 “본인은 뛰고 싶어서 난리도 아니었다. 24일부터 뛸 것”이라고 출격을 예고했다. 수도권 구단의 한 감독도 “KCC가 잘 안 풀린 이유는 에밋의 부재가 컸다”며 “에밋이 돌아오면 분명 다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팀”이라고 경계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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