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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오믈

입력
2016.11.18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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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와 감자, 그리고 만두와 사과를 안 먹는다는 것 때문에 나를 상당히 식성 까다로운 사람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는 하지만, 사실 나는 아무 거나 매우 잘 먹는 여자다. 그래서 어느 여행지에서도 음식 때문에 고생한 기억이 별로 없다. 그런데 러시아는 정말이지 끝내줬다. 파프리카와 토마토 샐러드에 기름을 철철 붓는다던가 고기수프에 마요네즈를 펑펑 쏟아부었다. 까레이스키 샐러드라는 것도 있었다. 그러니까 코리안 샐러드. 뭔가 했더니 잘게 채 썬 당근을 볶아 또 기름을 철철 부은 거였다. 쌀죽에 설탕을 듬뿍 부어 나를 질겁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내 입에 딱 맞는 음식이 하나 있었다. 러시아 화가 세르게이는 아침이 되면 이젤을 들고 호숫가엘 나갔다. 그의 그림은 온통 호수였다. 하루 종일 그림을 그리다가 저녁이 되면 돌아왔는데 한 손에는 이젤, 또 한 손에는 생선 두 마리를 든 채였다. ‘오믈’이라는 이름의 생선이었다. 구워도 먹고 탕으로도 끓여먹고 훈제로도 먹을 수 있지만 세르게이는 반만 말린 오믈만 들고 왔다. 백야 때문에 저녁이라도 시베리아의 하늘은 내내 멀겠다. 매일 생선 꼬리를 손에 쥐고 돌아오는 키 작고 배 나온 화가의 모습이 그림보다 더 그림 같아 나는 맥주 한 병과 오믈 한 마리를 바꿨다. 그리고 세르게이와 함께 마당에 내어놓은 테이블 앞에 앉아 오믈의 살을 발라먹었다. 겉은 꼬득꼬득하고 속살은 거의 날것이었다. 딱 과메기 같았다. 12월이 되면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과메기를 보내달라 해야지. 세르게이에게 전화를 걸어 오믈을 보내달라 할 수는 없을 테니.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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