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버지들의 자서전
오도엽 글, 이현석 사진
한빛비즈 발행ㆍ320쪽ㆍ1만6,000원
서울 충무로 중부경찰서 앞 중앙카메라수리센터. 오갈 곳 없던 10대 까까머리 시절 먹이고 재워준다는 이유로 카메라를 만지기 시작한 김학원씨의 가게다. 정식으로 배운 건 없다. 주인이 퇴근한 가게 한 켠의 다락방에 웅크리고 앉아 카메라 부품의 3대 원리 ‘밀고 당기고 돌고’에 따라 스스로 터득했다. 지금은 아마추어들은 물론, 전문 사진작가들도 “가실 때 가시더라도 카메라 고치는 두 손은 무덤 밖으로 내놓고 가시라” 농담한단다. 그러다 마흔 줄에 만들어본 게 ‘KH1’이다. 김학원(Kim)이 손수 만든(Handmade) 카메라 1호다. 전문가들도 무척 탐낸다. 김씨를 인터뷰한 오도엽 시인은 이렇게 썼다. “창조경제를 신처럼 떠받들지만, 김학원 같은 숨은 장인은 눈에 들어오지 않을 거다.” 그 곱다던 ‘문화’ ‘창조’ ‘혁신’ ‘융합’ 따위의 단어가 지저분한 낙엽이 되어 굴러다니는 계절이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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