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유력한 초대 국무장관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롬니 전 주지사는 대선 기간 트럼프 당선인을 비판하며 끝까지 지지하지 않은 대표적인 반(反) 트럼프 인사다.
미 CNN방송은 17일(현지시간) 내부 인사를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이 오는 20일 롬니 전 주지사와 회동하고 트럼프 내각에서 수행할 역할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고 보도했다. 롬니 전 주지사의 직책에 대해 구체적 언급은 없었으나 초대 국무장관 자리를 놓고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NBC방송은 보도했다.
롬니 전 주지사는 대선 내내 트럼프의 당선을 반대해 온 인물 중 하나여서 이와 같은 움직임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롬니 전 주지사는 후보 시절 트럼프의 세금 탈루 의혹에 동조하고, “폭탄”“가짜”“사기꾼” 등의 격한 표현을 써가며 “트럼프는 대선후보가 될 자격이 없다”고 대놓고 비판해왔다.
그러나 롬니 전 주지사는 13일 트럼프 당선인에게 전화를 걸어 대선 승리를 축하했고, 이에 트럼프도 트위터를 통해 “매우 좋다(very nice)”고 공개적으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워싱턴 정가에선 이를 두고 트럼프가 자신에 반대했던 공화당 인사들에 앙금을 털어낸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화당의 정통 시각을 지닌 인물을 국무장관으로 기용할 경우 당 단합ㆍ통합이란 소득을 단번에 얻을 수 있어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트럼프 당선인과 가까운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도 이에 “트럼프 당선인이 롬니 전 주지사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롬니 전 주지사가 중요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롬니 전 주지사까지 정부 최대 핵심 요직 ‘외교 수장’인 국무장관 하마평에 오르면서 치열한 물밑 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금주 초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과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 등 ‘친트럼프’ 인사가 부상했다가, 주말 들어서는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에 이어 롬니 전 주지사와 니키 헤일리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등 ‘반트럼프’ 인물도 거론되고 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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