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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허스트

입력
2016.11.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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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11.18

재소자 투표권을 인정하라며 영국 정부를 유럽인권법원에 제소해 승소한 살인 전과자 존 허스트. 유튜브
재소자 투표권을 인정하라며 영국 정부를 유럽인권법원에 제소해 승소한 살인 전과자 존 허스트. 유튜브

영국인 존 허스트(John Hirst)는 살인 전과자로, 감옥에서 법률을 공부해 영국 정부를 상대로 재소자 투표권 소송을 걸어 승소하는 등 재소자 권익 향상에 꽤 많은 공을 세운 이다.

1979년 6월, 그는 자기한테 “귀찮게” 심부름을 시킨다는 이유로 하숙집 주인을 살해했다. 71년 방화 및 강도 혐의로 5년 징역을 살고 가석방된 상태였다. 그는 15년 형을 선고 받았다. 감옥에서 간수를 폭행해 형을 늘리기도 했다.

존 허스트는 1950년 11월 18일 잉글랜드 킹스턴어폰헐에서 태어났다. 1년 뒤 아버지가 집을 나갔고, 그 해 동생이 태어났다. 다시 1년 뒤 어머니도 형제를 버렸다. 허스트는 7살이 될 때까지 변을 못 가려 네 차례나 입양 가정을 전전해야 했다. 초등학교 교사가 작성한 생활기록부에 따르면 10살 무렵의 그는 “감수성이 예민하고 쉽게 상처받지만 유머감각이 뛰어나고 집요하며 동물을 무척 사랑하는 아이”였지만, 13살 때 그의 양모는 허스트가 분노를 잘 참지 못한다고 걱정했다고 한다. 그 무렵부터 절도 등 그는 자잘한 비행을 저지르며 교도소를 들락거리기 시작했다. 2005년 가디언 인터뷰에서 그는 “서른 살 무렵 감옥에서야 비로소 똥오줌을 가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89년 교도관을 폭행, 징벌방에 갇히는 등 수감 중에도 그의 ‘말썽’은 끊이지 않았다.

그의 삶을 바꾼 결정적인 계기는 한 교도행정 개혁단체(PRT)가 발간한 ‘교정규칙 실무 가이드’를 보게 된 일이었다. 그는 자신이 경험한 수감 생활이 실제 법과 규칙과 사뭇 다르다는 걸 깨달았고, 제대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첫 책이 행정법이었고, 처음 펴든 장이 ‘권력 남용’ 장이었다고 한다. 이감 중 사라진 자기 돈을 찾기 위한 소송서부터 임의 징벌방 감금 관행 등 교도 당국과 법무부, 영국 정부 등을 상대로 한 그의 소송 행진이 시작됐다. 94년 무렵부터 그는 감방 입구에 ‘감옥 법률 센터(Prison Law Centre) 무료 법률상담’이라는 간판이 걸고 재소자들에게 법률 자문을 시작했다. 가디언 기자는 그가 간수들도 차별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2001년 그는 재소자 투표권을 인정하라며 영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하지만, 유럽인권법원에 다시 소송을 걸어 2006년 승소했다. 영국 정부는 2010년 재소자 투표권을 원칙적으로 인정했다. 재소자 권익과 관련, 그가 남긴 판례는 10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4년 출소했지만 권력 남용 사례에 법률로 맞서는 일은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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