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회동한 첫 외국 정상
美 아시아 정책 가늠자로 관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7일 오후(현지시간, 한국시간 18일 새벽) 미국 뉴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회담을 가졌다. 외국정상이 트럼프와 회동하기는 아베가 처음인데다 미국 차기 정부의 아시아 정책 등을 가늠할 수 있어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트럼프로서도 외교무대 데뷔전인 셈이다.
NHK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회담을 위해 이날 하네다공항을 떠나며 “다른 나라 정상보다 먼저 회담할 수 있게 돼 큰 영광”이라며 “미래를 향해 서로의 꿈을 얘기하는 회담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미 동맹은 일본 외교와 안전보장의 기축(基軸)”이라며 “신뢰가 있어야 비로소 동맹에도 피가 통한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이 후보 시절 “(일본 등과의) 동맹의 본질에 대해 재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했다는 점에서 미일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데 최우선 중점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본과 맺고 있는 안보조약이 불평등하고 주일미군의 주둔 경비에 대해 일본측 부담을 늘려야 한다는 그간의 언급에 대해 동아시아에서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군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을 설득한 것으로 보인다.
주일미군 분담금 문제 협의에
“TPP, 中 견제에 도움” 부각도
일본 정부는 최근 트럼프의 발언 수위가 한풀 꺾였다는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장관은 “당선인의 발언톤이 이전과 달라졌다”며 “뉴욕회동에서 미일동맹이 미국의 이익에도 이익이 된다는 것을 이해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트럼프측 인수위원회의 데빈 누네스 하원의원은 미국에 파견된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총리보좌관에게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것은 진짜가 아니다. 당선인은 곧 아시아의 중요과제에 흥미를 갖게 될 것”이라며 “일본은 중요한 동맹국의 하나다”고 말했다고 NHK가 전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의사를 밝힌 트럼프의 마음을 어떻게 되돌릴지야 말로 아베의 고민거리다. 트럼프가 의욕적으로 부동산 사업을 하던 1980년대 일본기업들이 미국에서 부동산을 ‘싹쓸이’할 만큼 호황을 누렸다는 점도 아베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아베 총리는 TPP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단순한 경제적 이해를 넘어서 중국견제 및 지역평화 유지에 필수적이란 점을 집중 부각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에 앞서 외신들은 트럼프의 외교무대 데뷔전을 심도 있게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아베를 아는 사람들은 그가 트럼프와 잘 통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두 사람 모두 보수적이고 민족주의 시각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트럼프가 오바마보다 아베와 더 의기투합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아베가 트럼프를 만나는 첫 외국정상이란 점에서 “이번 만남은 트럼프의 정책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베에게 로비를 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신안보센터(CNAS) 패트릭 크로닌은 “트럼프는 레이건 스타일의 방위증강을 할 것으로 보이며, 해군력을 증강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아베와의 만남은 트럼프가 동맹의 중요성을 확인할 첫 기회가 되면서 반대로 동맹을 향해 ‘당신들이 좀 더 하기를 원한다’고 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장기집권 기반을 닦은 아베 총리의 재임기간이 자신과 가장 오랫동안 겹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아베를 외교무대 데뷔전 파트너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두 사람의 회동은 미일관계를 넘어 인도-서태평양 지역까지 미국에 대한 믿음의 문제로 이해해야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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