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진 영도 뱃길 잇고, 항구의 역사ㆍ문예 다시 입힌다

이전기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끊어진 영도 뱃길 잇고, 항구의 역사ㆍ문예 다시 입힌다

입력
2016.11.17 20:00
0 0
지난해 8월 부산시의 ‘예술상상마을’ 공모사업에서 선정된 부산 영도구 대평동 ‘깡깡이마을’. 내년까지 총 35억원의 시비를 지원 받아 ‘예술마을’로 거듭나게 된다.

1970ㆍ80년대 호황 이후 쇠락

부산시 총 35억원 시비 투입해

‘옛 영광 찾기’ 예술마을사업 추진

대평동-남향방파제 코스 복원

내년 가을쯤 관광 상품화 예정

수리조선소ㆍ마을건물 외관 페인팅

마을 스토리 담은 박물관도 조성

“부산 상징하는 도시재생 모델로”

부산 중구 남포동에서 영도대교를 건너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기름때 묻은 창고가 즐비한 독특한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근대 조선산업의 발상지인 영도구 대평동 ‘깡깡이마을’이다. ‘깡깡이’는 항해를 마치고 수리조선소에 올라온 선박에 붙은 조개류와 녹 등을 쇠망치로 제거할 때 ‘깡깡깡’ 소리가 난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조선ㆍ선박 경기가 좋았던 1970, 80년대에는 이곳에서 ‘깡깡’하는 망치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38년간 깡깡이 일을 한 허재혜(80ㆍ여)씨는 “수리조선소마다 깡깡 소리가 엄청났다. 여기저기서 깡깡 소리가 났다는 것은 그만큼 일이 많았고 경기가 좋았다는 반증”이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60여년을 이 동네에서 살고 있는 이영완(66) 대평동 마을회장도 “당시엔 대평동이 부산에서 세금 많이 내기로 손꼽히는 동네였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호황도 잠시 지난 10여년간 부산 남항이 쇠퇴하고,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와 조선경기 불황 등으로 조선수리시설이 이전하면서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난 30년 사이 거주인구는 절반이 준 반면 노인인구는 늘어만 갔다. 낡은 건물과 공ㆍ폐가가 늘면서 슬럼화는 지속됐다.

그러던 중 지난해 8월 부산시가 민선6기 공약사업으로 ‘예술상상마을’ 공모를 진행, ‘깡깡이예술마을’ 사업을 최종 선정하면서 마을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깡깡이예술마을은 예술가의 상상력과 주민의 역량, 청년의 활력을 결집해 낙후마을을 예술과 문화를 매개로 재생하는 사업으로. 부산에 제2의 감천문화마을을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부산시는 내년까지 이 사업에 총 35억원의 시비를 투입할 계획이다. 산복도로가 ‘산으로 간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이 사업은 ‘바다로 간 사람들’의 이야기로 대평동의 풍부한 해양생활문화와 근대산업유산이 그 바탕이다.

이 마을 최고령자 중 한명인 이집윤(94) 노인회장은 “침체돼 있던 동네에 조금씩 활력이 생기기 시작했다”면서 “이번 사업으로 대평동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발판이 됐으면 한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영도문화원과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 영도구, 대평동마을회 등은 지난 4월부터 깡깡이예술마을사업을 본격화했다. 사업단은 그 첫 결과물로 지난 9월 30일 ‘제1회 물양장살롱-깡깡이 길놀이’ 축제를 열었다. 이날 축제에는 거리투어인 ‘깡깡이길 둘러보기’, 현대판 지신밟기 공연인 ‘벽사유희’, 먹거리 나눔행사인 ‘깡깡이길 어울리기’ 등의 행사로 진행됐다.

송교성 깡깡이예술마을사업단 사무국장은 “다양한 주민 활동을 통해 마을 공동체 회복, 예술작업과 결합한 주민 편의시설 마련, 주민의 삶의 질 향상, 마을 예술공간화에 따른 예술가들의 상상력 제고, 외부 인구 유입 등으로 마을 활력을 회복하는데 이번 사업의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사업은 영도 도선(나룻배) 복원 프로젝트, 퍼블릭아트, 마을박물관, 문화사랑방, 공공예술페스티벌, 깡깡이크리에이티브 등 총 6개 핵심사업과 20여개의 세부사업으로 진행된다.

내년 가을쯤 복원될 도선복원 프로젝트는 끊어진 뱃길인 영도 도선을 복원해 항구도시 부산의 근ㆍ현대사를 되살리고, 지역특화 관광상품으로서 마을 공동체의 자립과 지속에 기여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캐나다 그랜빌 아일랜드의 수상택시를 모티브로 진행 중인 이 도선은 대평동~옛 다나카조선소~영도대교~자갈치시장~부산공동어시장~남항방파제를 도는 코스로 운항할 예정이다.

어둡고 침침한 동네에 색과 빛, 소리 등을 입히는 퍼블릭아트도 진행된다. 이 작업은 다양한 매체와 요소를 활용한 예술가들의 창의적 작업을 통해 부족한 주민 편의시설(쌈지공원, 가로등, 벤치 등)을 확충해 독특한 경관을 조성하는 프로그램이다. 그 일환으로 이달 초부터 수리조선소와 마을 노후 건물 외관에 색을 칠하는 페인팅시티와 아트벤치 조성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업단은 또 연내에 대평동 마을버스 종점 인근의 1930년대 적산가옥을 매입, 내년 리모델링을 통해 마을스토리를 담은 수리조선박물관 조성도 계획하고 있다.

마을 주민을 위한 소통의 장도 꾸준히 마련하고 있다. 지난 8월부터 매주 수요일 사업단과 대평동마을회가 주최해 문화사랑방을 열고 있다. 동아리 활동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사랑방은 깡깡이예술마을 조성사업을 위한 주민, 예술가, 행정가 등 다양한 주체가 만나는 소통 프로그램이다. 내년 하반기엔 사업기간 만들어진 공공예술 성과를 바탕으로 마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는 예술축제도 계획 중이다.

어윤태 영도구청장은 “깡깡이마을에는 개항과 피난살이, 조선업 등 항구도시 부산의 근대산업유산과 역사문화자원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만큼 이를 잘 엮으면 부산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도시재생 모델이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글ㆍ사진 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