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당제’ 묶어 제철에도 못 잡아
현실성 없는 행정에 가격만 상승
8㎏ 상품 한 마리에 65만원 선

“눈 앞에 흑산홍어가 있어도 잡지 못하네요”
전남 신안군 흑산도 특산품인 ‘흑산홍어’가 본격적인 조업철을 맞았지만 일부 어민들은 출어도 못한 채 애만 태우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 같은 진풍경은 어민들의 어획량을 제한하는 정부의 현실성 없는‘할당제’때문이다.
17일 신안군과 신안수협, 흑산도 어민 등에 따르면 흑산홍어잡이 어업허가를 받은 6척 중 2척이 최근 조업을 나가지 못하고 흑산항에 묶어 있다. 2척은 지난 9월쯤 할당량을 채워 출어가 금지됐다.
지난 1월과 여름철 이상기온 등으로 흑산홍어 어획량이 늘었지만 홍어잡이 어민들은 제값을 받지 못했다. 실제로 흑산홍어는 11월부터 다음해 3월에 잡힌 홍어가 살이 올라 가장 맛이 있는 일품으로 꼽혀 제값을 받는다.
올해 흑산홍어잡이 어선 한 척당 할당량은 158톤으로 이는 지난해 187톤에 비해 29톤(15.5%)이 줄었다. 홍어할당제는 어족자원 보호 등을 위해 지난 2009년부터 도입됐다. 정부는 위판 실적과 소비, 사회·경제적 요인 등에 대한 전반적인 분석을 통해 전년도 12월에 다음년도 할당량을 정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올해 흑산홍어잡이 어선은 척당 25톤 이상을 잡지 못한다. 더욱이 올해 상반기 흑산홍어 어획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톤 이상 증가했고 현재 남아 있는 량은 전체의 11.7%인 18.5톤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어민들은 홍어잡이 할당제를 풀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근 어획량이 줄면서 제철을 맞은 흑산홍어의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흑산홍어 가격은 8㎏ 상품 한마리에 65만원을 웃돌아 지난해 보다 20만원이 높다.
신안수협 관계자는“흑산홍어잡이 어민들과 신안군·전남도 등이 정부에 할당량을 늘려줄 것을 요구했으나 반영되지 못했다”며“자연현상은 수시로 변하는데 단순한 전년도 통계를 기준으로 결정되는 현실성 없는 할당량으로 어민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흑산홍어는 붉은 속살에 찰진 맛이 일품이지만 삭혀도 코 끝을 쏘는 특유의 맛을 내는‘황산 콘드로이틴’이 다량 함유돼 관절염과 기관지 천식에 좋다.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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