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교동 빌딩숲 사이 10평 공터
시민이 직접 기획ㆍ운영하는
영화관ㆍ카페 복합공간으로 변신
후암시장 ‘골목길 갤러리’ 등
소규모 문화휴식공간 9곳 조성
17일 오전 서울 중구 무교동의 한 공터. 출ㆍ퇴근 시간과 점심시간이 되면 인근 직장인들의 단골 흡연 장소로 쓰이던 아스팔트 대지에 말끔한 건축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빌딩 숲 사이에 들어선 흰색 단층 건물은 단편영화를 볼 수 있는 10평 영화관, ‘미니시네페(미니시네마+카페)’다.
컨테이너 두 개를 잘라 만든 33㎡ 규모의 내부에는 문화와 휴식이 공존했다. 단편영화, 인디영화를 무료로 볼 수 있는 의자 6~8개가 있는 아담한 영화관 ‘미니시네마’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로 구성돼 있다. 무교동 인근은 직장인 유동인구가 많아 영화는 주로 점심ㆍ퇴근 시간 중심으로 상영되고 오후 6시 이후 야외상영도 한다. 관객과의 대화, 영화음악 토크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행사도 열릴 예정이다.
이날 공개된 미니시네페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시민 누리공간 만들기 프로젝트’중 하나다. 이 프로젝트는 방치된 공간이나 지하보도 등 자투리땅을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새롭게 만드는 사업이다.
사업은 이미 트렌드가 된 세계 대도시의 유휴지 활용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미국 뉴욕의 경우 현재 지난 1948년부터 방치된 낡은 지하 전차 터미널 공간(4,046㎡)을 공원으로 바꾸는 ‘로우 라인(Low Line)’프로젝트를 추진 중이고, 영국 런던에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벤치와 정원이 있는 ‘포켓 파크(Pocket Park)’가 도시 곳곳에 만들어지고 있다.
인구 밀집도에서 여타 도시에 뒤지지 않는 서울에서 이 프로젝트가 가동되기 시작한 건 지난 7월. 공모와 심사를 거쳐 현재 미니시네페를 포함해 총 9개의 ‘시민 누리공간’이 만들어졌다.
시민들이 직접 기획과 운영에 참여하다 보니 각 공간들은 기존 공공장소의 딱딱한 쉼터가 아닌 지역의 필요를 담은 문화ㆍ복합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재개발 구역 지정해제로 상실감이 큰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용산구 서계동ㆍ후암시장 일대에는 ‘골목길 갤러리’를 만들어 쉼터로 이용하고 있다. 쓰레기가 많던 도림천에 조성된 ‘문화가 흐르는 도림천 문화공간’도 반응이 좋다. 시민이 쓰레기를 주워 오면 버스킹 공연, 포토월 등 문화ㆍ예술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이후 쓰레기가 눈에 띄게 줄었다. 방치됐던 선릉지하보도에 생태공간을 조성한 ‘그린 오아시스’도 직장인들의 쉼터로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 김태근씨는 “낙후된 지역의 주민들에게는 이런 공간을 통해 공연, 영화 등 문화를 누릴 수 있고, 무대가 없는 예술가들에게는 꿈을 펼치고 시민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어 유용한 공간”이라고 전했다.
시는 프로젝트 시범 운영 결과를 토대로 누리 공간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진희선 시 도시재생본부장은 “시민누리공간 만들기 프로젝트는 과거 공급자 위주의 공공공지 조성 정책에서 탈피, 수요자인 시민이 직접 공급의 주체가 되는 모델”이라며 “공간 용도완화, 수익사업 허용 등 다양한 제도개선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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