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철강경기 침체 등 여파
당초 수요 대비 과욕 탓 지적도
경북 포항시가 첨단소재산업의 메카로 육성하겠다고 나선 남구 장기면과 동해면, 구룡포읍 일대 600만여㎡의 포항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19년까지 7,360억 원을 들여 완공 예정인 가운데 최근 실시한 산업단지 공개분양에서 분양률 '제로'라는 굴욕을 당했다. 침체한 포항철강산업 르네상스를 기대한 포항시와 지역경제계에 비상이 걸렸다.
LH는 지난 9월 28일부터 한 달간 단지 내 산업시설용지 350만1,362㎡ 가운데 10%인 19필지 37만32㎡를 3.3㎡당 69만4,000원에 분양하겠다고 공고했으나 단 한 필지도 팔지 못했다. 결국 지난 3일부터 수의계약으로 분양 중이지만 문의전화조차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LH가 지난 2년간 실시한 주택용지나 지원시설용 부지는 100% 분양에 성공, 산업용지 개발을 내세운 택지개발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2014년 3월 상업용지(4만7,592㎡)를 시작으로 올 5월까지 이주자택지(7만4,799㎡)와 공동주택(8만6,366㎡), 지원시설용지(1만8,960㎡)를 모두 분양했다. 지난해 9월 단독주택용지(5만2,841㎡) 분양 때는 최고 1,586대 1 등 평균 83대의 1이라는 경이적인 경쟁률을 보였다.
산업시설용지 분양이 저조한 것은 공장용지로 입지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닌데다 경기침체, 특히 포항지역 철강산업의 위축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조성중인 경북 구미시 산동·해평면 일대 933만9,000여㎡ 면적에 조성중인 5국가 산단 하이테크밸리도 산업용지도 분양에 애를 먹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수요와 입지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밀어붙이기 식 산단 조성이 혈세를 낭비하고 공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블루밸리 조성 부지가 협곡을 따라 산을 깎아 메운 형태여서 반듯한 땅은 찾아보기 어렵다. 또 주거밀집지역에서 멀어 기업 입장에선 생산인력 확보가 여의치 않은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또 포항시 북구 흥해읍 영일만항 배후의 영일만 1~4산업단지 중 2산단(72만㎡)만 분양을 마쳤고 나머지는 상당 지역이 비어 있거나 첫 삽도 뜨지 못했다. 1산단(96만4000㎡)은 70% 정도만 분양됐다. 3산단(19만5,000㎡)은 겨우 10%대, 4산단(421만6,000㎡)은 사업성 부족으로 시행사조차 구하지 못하고 있다. 북구 흥해읍 대련리 일대에 추진 중인 경제자유구역도 당초 375만㎡에서 145만9,330㎡로 축소했지만 경제자유구역에 걸맞은 업체는 찾아보기 어렵다. 경북도청 2청사인 동해안발전본부가 들어설 예정이지만 당초 지구 지정 목적과 거리가 멀다.
LH 관계자는 “경기부진으로 다른 지역 산업단지 분양도 어려움이 많아 완전 분양까진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철강산업 침체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단지조성 계획도 미분양에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350만1,362㎡의 산업용지 중 223만4,138㎡가 철강부품용지로 계획했지만 9월 현재 포항철강산업단지 내 343개 등록공장 중 공장 가운데 40곳이 휴ㆍ폐업 상태다.
한국은행 포항본부 김진홍 부국장은 “기존 업체도 존폐 기로에 서 있는데 어느 철강회사가 공장을 더 짓겠느냐”며 “고용 창출이 많은 제조업이라면 특정 업종에 국한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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