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오리농장 간이 검사서 양성
확진 가능성 커 2만 마리 살처분
2년 前 108개 농가 피해 본 지역
야생조류 시료서 ‘H5N6형’ 검출
국내 처음… 인체 감염 위험 낮아

조류인플루엔자(AI)가 충청권은 물론, 호남까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방역 당국은 더 이상의 확산을 막기 위해 살처분과 예찰 등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추가 확산 가능성이 높아 축산농가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17일 농림수산식품부와 충북도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전 음성군 맹동면 용촌면의 한 육용 오리 사육농장에서 AI 의심신고가 접수돼 도 축산위생연구소가 간이검사를 한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왔다. 음성군은 이 농가의 시료를 채취해 정밀검사를 의뢰했으며, 결과는 18일쯤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 당국은 AI 확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이 농장에서 사육 중인 오리 2만여 마리를 모두 살처분 했다.
문제는 이 농가가 있는 맹동면과 인접한 진천군 덕산면, 이월면, 초평면 등에도 닭ㆍ오리 사육농가가 집중돼 있어 AI의 추가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농장 반경 3㎞ 이내에는 진천군을 포함해 50여 농가가 가금류 70여만마리를, 반경 10㎞ 이내에는 150여 농가가 가금류 200여만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이 지역은 특히 지난 2014년 AI가 휩쓸면서 초토화된 악몽이 여전하다. 그해 1월 27일 진천군 이월면 오리사육농가를 시작으로 80여일 간 음성과 증평까지 확산되며 108개 농가의 가금류 180만9,000마리를 살처분 해야 했다.
전남 해남군 산이면 산란계 농장에서도 16일 AI 의심신고가 접수돼 간이검사를 한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왔다. 방역 당국은 이 농장에서 사육 중인 산란계 4만여 마리와 농장 반경 3㎞ 이내 농가 3곳에서 사육 중인 토종닭 180여마리를 18일까지 모두 살처분키로 했다. 또 계란 5만5,000여 개와 사료 30톤을 매몰했다.
바이러스 유형 및 고병원성 여부 등 정밀 검사 결과는 20일쯤 나올 예정이다. 방역 당국은 해당 농장 반경 10㎞ 이내 6가구의 닭과 오리 21만5,000여 마리에 대해 이동제한 조치하고, 방역 및 예찰 활동을 강화했다. 이동제한 기간은 시료채취일을 기준으로 닭은 7일간, 오리는 14일이다.
앞서 야생조류 분변과 시료에서 AI 바이러스가 잇따라 검출되기도 했다. 지난 10일 농식품부는 AI 상시 예찰 계획에 따라 전북 익산시 춘포면 만경강 수변에서 포획한 흰뺨검둥오리의 시료를 채취해 정밀검사를 진행한 결과 AI 바이러스(H5N6)로 확인됐다. 지난달 10일 충남 천안시 봉강천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에서도 같은 종류의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그 동안 국내에서 고병원성 AI 유형 가운데 H5N1, H5N8형 등은 검출됐지만 H5N6형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농식품부는 H5N6형 바이러스는 인체 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설명했다. 중국과 베트남, 라오스, 홍콩 등에서 유행하는 H5N6형의 인체감염사례는 세계보건기구 공식 보고 기준으로 2014년 4월 이후 중국(16명 감염, 6명 사망)에만 있었다.
충북도 관계자는 “긴급 방역 행동 요령에 따라 도축장과 사료공장 종합방역을 하는 등 확산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축산농가 간은 물론이고, 시민들도 철새 도래지와 축산농가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음성=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해남=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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