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다음주 중 검찰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17일 “대통령의 일정과 변론 준비 상황을 감안해 최대한 서둘러서 내주에는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최대한 시간 벌기를 해보겠다는 심산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국민의 분노는 안중에도 없는 듯한 태도다.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늦추려는 이유는 분명하다. 20일 기소 예정인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 핵심 관련자들의 공소장에 대통령과 관련된 부분이 적시되는 것을 우선 피하고 보자는 속셈이다. 최씨 등과 공모해 범죄 행위를 저지르고 정 전 비서관에게 기밀을 유출토록 한 혐의가 기재될 경우 탄핵 여론이 높아질 것을 꺼린 때문이다. 현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최씨의 국정농단에 박 대통령이 얼마나 관여했느냐는 부분이다. 수사가 아니더라도 스스로 국민 앞에 진실을 자백하는 게 도리일 터인데 거꾸로 버티기로 일관하니 대통령의 올바른 자세와 거리가 멀다. 자신이 받아야 할 검찰 조사는 차일피일 미루며 부산 해운대 엘시티 비리 의혹은 서둘러 수사하라고 검찰에 지시한 것만 봐도 잘못을 얼마나 뉘우치고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이런 청와대의 철저한 무시 태도에도 검찰 대응은 무력하기 짝이 없다. 검찰은 박 대통령의 대면조사 방침을 밝히면서 최초 시한을 16일로 잡았다가, 다시 18일로 미루는 등 사실상 속수무책이었다. 수사팀 내부에서 참고인 신분을 피의자로 바꿔 압박하는 방안도 나왔으나 수뇌부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언론을 통해 조속한 조사를 위해 애쓰는 것처럼 보이는 데만 급급할 뿐 조사를 앞당기려는 어떤 실질적 조치도 하지 않았다. 진상 규명 의지보다는 여전히 청와대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말을 피하기 어렵다.
검찰이 이런 불신을 받지 않으려면 최씨 등 핵심 관련자들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의 혐의를 적시하기라도 해야 한다. 검찰 수사팀 관계자가“박 대통령이 최순실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고 말했듯이 대통령이 이번 사태의 주범에 다름없음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그런 후 박 대통령을 조사해 그 결과를 토대로 공소장을 변경하는 게 최선이다.
어제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특검법이 통과돼 조만간 특검이 출범한다.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적당히 하려다가는 김수남 검찰 전체가 특검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이 적극적으로 박 대통령 수사에 임해 의혹 전반을 밝힐 책임은 여전히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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