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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때 미국 입양보낸 아들 추방에... '눈물의 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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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때 미국 입양보낸 아들 추방에... '눈물의 모정'

입력
2016.11.1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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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살 때 미국에 입양돼 40년 가까이 살다 한국으로 송환을 앞둔 입양아 출신 애덤 크랩서(왼쪽)과 부인 안 윙이 워싱턴주 밴쿠버의 집에서 딸들과 식탁에 앉아 있다.벤쿠버=AP 연합뉴스
세살 때 미국에 입양돼 40년 가까이 살다 한국으로 송환을 앞둔 입양아 출신 애덤 크랩서(왼쪽)과 부인 안 윙이 워싱턴주 밴쿠버의 집에서 딸들과 식탁에 앉아 있다.벤쿠버=AP 연합뉴스

권필주(61)씨는 알파벳을 제대로 외우기도 어렵지만 요즘 밤잠을 설치며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 세 살 때 미국에 입양됐던 아들 애덤 크랩서(41ㆍ한국명 신송혁)의 한국 송환이 코앞으로 다가와서다. 약 40년 만의 만남에 생모인 권씨는 “그 아이에게 할 말이 너무 많다, 특히 내가 얼마나 미안해하고 있는지 사과해야 하는데”라면서 “나는 영어를 할 줄 모르고 아들은 한국말을 할 줄 모르니 어찌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울먹거렸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한국발 기사를 통해 권씨와 크랩서 모자(母子)의 기구한 사연을 전했다. 1979년 누나와 함께 미국 미시간주 한 가정에 입양된 후 크랩서 씨의 미국에서 삶은 첫발부터 절망으로 이어졌다. 처음 입양된 가정에서 5년 동안 성폭행에 시달리다 파양됐고 1년 후 다시 오리건주 가정으로 입양됐지만 그곳에서도 4년 동안 성폭행과 학대에 시달렸다. 두 번째 양부모가 구속된 후 갈 곳을 잃은 크랩서는 노숙생활을 전전했다. 그는 천신만고 끝에 재기에 성공해 미국 사회에서 친딸 한 명과 양녀 두 명을 키우는 번듯한 가장으로 자리 잡았지만 미국 이민법원은 지난달 말 크랩서에게 추방을 결정했다.

양부모들이 시민권을 신청하지 않은 탓에 그는 미국에서 40년이나 살고도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다. 권씨는 지난해 방송된 한국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크랩서의 사연이 방송돼서야 아들이 미국으로 입양됐다는 사실을 알았다. 경북 영주에 사는 권씨는 NYT에 “아들이 그렇게 어렵게 살고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같이 굶어 죽더라도 함께 살았어야 했는데,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지었다”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아들을 입양 보내야 했던 권씨의 삶도 상처투성이였다. 권씨는 어렸을 적 왼쪽 다리가 마비되는 사고를 당했다. 알코올 중독자였던 아버지는 그런 권씨를 뇌성마비가 있는 남성에게 시집을 보냈다. 권씨는 이후 목수인 다른 남성과 살림을 차리고 세 명의 아이를 낳았지만 폭력을 휘두르던 남편은 결국 권씨와 자녀들을 모두 내팽개쳐버렸다. 권씨는 “변명으로 들리겠지만 당시 도움을 청할 이들이 아무도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권씨는 막내아들을 자식 없는 집에 보냈고 딸과 크랩서는 입양을 주선하는 보육원에 데려갔다. 권씨는 “날이 궂을 때면 아이들이 특히 그리웠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보다는 나은 삶을 살고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버텼다”고 회상했다. 권씨는 이후 20살 연상 남성과 다시 결혼해 남편이 데려온 두 딸을 자기 자식들처럼 여기며 키웠다.

크랩서는 세 딸과 함께 조만간 한국으로 송환될 예정이다. 아들이 쓸 작은 방을 치워놓은 권씨는 “가난하지만 그 애에게 제대로 전해주지 못한 너나 많은 사랑을 갚아야 한다”고 NYT에 말했다. 크랩서는 지난해 방송된 한국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한번도 보지 못한 어머니를 향해 “나는 언제나 당신의 아들, 피와 살이었다”고 말했다. NYT는 “한국에서 생모가 기다리고 있는 크랩서는 그나마 나은 경우”라며 “미국에서는 여전히 수많은 입양아가 한국에 있을 부모를 애타게 찾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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