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가 알트라이트(alt-rightㆍ신우익) 운동과 관련된 몇몇 계정이 백인우월주의 성향을 보인다며 정지 조치를 취했다. 트위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급증하는 온라인상의 괴롭힘에 대응해 ‘혐오발언’단속에 앞장서는 모습이다.
16일(현지시간) 미국 USA투데이는 트위터가 리처드 스펜서 국가정책연구소 대표, 알트라이트 성향 웹사이트 ‘위서처’의 설립자 팩스 디킨슨, 블로거 폴 타운 등의 계정을 정지했다고 전했다.
USA투데이와 로이터통신은 트위터가 혐오발언 등 사이버폭력 차단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후 다수의 계정이 정지됐다는 점을 주목했다. 트위터는 15일 “온라인 괴롭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공지를 발표하고, 원하지 않는 멘션의 알림을 거부하는 알림필터 기능을 도입했으며 특정 계정에만 적용할 수 있었던 뮤트(타임라인에 보이지 않음) 기능을 단어나 어구 등으로 확장할 수 있게 했다. 또 트위터는 신고기능에 ‘혐오 발언’항목을 추가해 사이버 폭력 피해자들이 인종ㆍ성별ㆍ종교적 차별발언을 지속하는 계정에 제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증오범죄를 추적하는 시민단체인 남부빈곤법률센터(SPLC)는 앞서 트위터에 100개 이상의 백인 우월주의 계정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하이디 바이리크 SPLC 대변인은 “트위터가 자신들의 규약을 위반한 백인우월주의 운동가를 상대로 조치를 취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반면 매슈 하임블라크 전통주의노동자당(TWP) 대표는 트위터의 조치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하임블라크 대표는 “16일 트위터가 내 몇몇 발언은 트위터의 운영규정을 위배한다며 삭제를 요청해 와 삭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가 이끄는 TWP는 백인 노동자 권리를 주장하는 단체다. 하임블라크 대표는 ‘인증된 계정(Verified Accountㆍ트위터가 공식적으로 유명인 혹은 단체라 확인한 계정)’인 자신의 계정이 정지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트위터 내 혐오발언은 미국 대선을 거치면서 급격히 증가했다. 미국 유대인혐오 반대운동 단체인 반명예훼손연대(ADL)에 따르면 10월 한달간 트럼프를 다루는 기자들을 향한 유대인 혐오적 발언이 급증했으며, 이런 발언을 하는 계정이 프로필에 ‘트럼프’ ‘국가주의’ ‘백인’ 등의 단어를 담고 있다. 혐오발언의 진원지로 여겨지는 알트라이트는 최근 우익성향 언론 브레이트바트 회장을 맡았던 스티브 배넌이 선거본부를 거쳐 트럼프 당선인의 수석조언가로 낙점되면서 정치적 동력을 얻고 있다.
트위터의 알트라이트 계정 차단은 처음이 아니다. 브레이트바트의 필진 밀로 이아노폴로스는 지난 7월 영화 ‘고스트버스터’의 출연자인 흑인 여성 배우 레슬리 존스를 인종ㆍ여성혐오를 동원해 공격하자고 유도했다가 트위터 계정 영구정지 철퇴를 맞았다. 또 다른 친트럼프 백인우월주의 성향 트위터 유명 계정 ‘리키 본’은 10월 6일 계정이 차단됐고 이번에도 새 계정을 만들었다가 다시 차단됐다.
트위터는 운영원칙의 ‘가학적 행위’ 관련 규정에서 “인종, 민족, 국적, 종교, 성적 성향, 성별, 성 정체성, 종교, 나이, 장애, 질병 등을 이유로 타인에게 폭력적인 행위나 직접적인 공격을 가하거나 위협해서는 안 된다”며 “이러한 범주의 특성을 바탕으로 다른 사용자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주목적인 계정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트위터는 통상 이런 계정에 임시 정지 조치를 내렸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복구를 허용하고 있다. 잭 도시 회장은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추구한다”며 트위터 상 발언에 대해 중립적인 태도를 취해 왔다. 트위터는 2015년부터 극단주의 무장집단 이슬람국가(IS)가 테러 선동과 대원 모집을 위해 운영하는 계정 약 12만5,000개를 삭제한 것 외에 정치적인 이유로 이용자 계정을 완전 폐쇄한 사례가 없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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