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 한국사 평이하게 출제”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장을 맡은 정진갑(58) 계명대 화학과 교수는 “올해 수능은 고등학교 교육과정 내에서 일관된 출제 기조를 유지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올 수능 검토위원장인 김영욱(55) 서울시립대 교수도 “검토에서 가장 신경 쓴 것 중 하나가 적정 난도 유지”라며 “6, 9월 모의고사 수준과 유사하게 본 수능도 출제하려 했다”고 말했다. 수능 시험 시작 직후인 17일 오전 8시 40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제 방향 브리핑에서다.
올 수능에서 처음 필수로 지정된 한국사 영역과 관련해서도 정 위원장은 “역사에 대한 기본 소양을 평가하기 위해 핵심 내용 위주로 평이하게 출제했던 지난 모의평가 출제 기조를 유지해 수험생의 부담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수능에는 총 60만5,987명이 지원했고 이중 재학생은 45만9,342명, 졸업생 등은 14만6,645명이다. 다음은 출제ㆍ검토위원장과 기자들 간의 일문일답.
-출제 난도에 대해 상세하게 말해 달라.
“우선 난도는 기본적으로 6, 9월 모의평가와의 적정 난도 일관성 유지가 중요하다. 난도가 높냐 낮냐 문제보다 2017학년도 검토에서 가장 신경 쓴 것 중 하나가 적정 난도 일관성 유지였다. 6, 9월 모의평가 수준과 유사하게 본수능도 출제했다.”(김 검토위원장)
-내년부터 영어 절대평가가 시행된다. 영어는 최근 몇 년 동안 변별력 논란 있었는데 올해 변별력은 어떤가.
“영어의 경우 변별력과 난도 같은 용어로 사용된다. 줄곧 EBS 연계 지문을 쓰다 보니 참고서에서 변형해 계속 쓰거나 변형해 쓰면서 문제가 많았다. 절대평가가 되는 건 내년도에 시작되는 문제여서 올해는 주안점 두지 않았고, 기존 교육과정에 맞춰 출제했다. 평이하되 변별력을 위해 어려운 문항이 포함되도록 했다.”(정 출제위원장)
-영역마다 최고 난도가 어느 수준인가. 정답률이 20~30%인 최고 난도 문제를 몇 개 정도 출제했나.
“과목마다 문항 개수가 달라 일괄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최대 목표는 표준점수로 변환했을 때 차이 없도록 하는 거였다. 탐구 영역이나 제2외국어의 경우 과목에 따라 유ㆍ불리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최대한 피하도록 노력했다.”(정 출제위원장)
-만점자 비율이 궁금하다.
“만점자 비율은 크게 신경 안 쓰고 있다. 종전에는 1%였는데 오류 없는 문항이 우선이고, 만점자 몇 퍼센트 같은 목표는 이번 출제에서는 고려하지 않았다.”(정 출제위원장)
-오류를 줄이기 위해 검토위원장은 어떤 노력을 했나.
“몇 가지 기본적인 것을 설명하면 출제단에서 1차 검토본을 낸다. 그러면 1차 검토단이 들어와서 학생의 입장에서 시험을 치른다. 여러 가지 의견을 피드백 한다. 출제와 검토 사이의 객관성 유지를 위한 장치가 있다. 피드백을 하면 이어 영역 간 교차를 검토 한다. 오류를 줄이기 위해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 예컨대 국어 비문학에 경제나 자연과학 문제가 나올 수 있다. 그러면 그 분야 전문가를 모셔 교차 검토한다. (출제되는 문제는) 980문항이지만 실제 수천 개 문제가 만들어진다. 피드백 과정에서 많이 걸러내고, 문항점검위원회에서 과목마다 개최해 출제진과 검토단이 모인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토론한다. 공개는 되지 않지만 일일이 다 기록한다. 의견이 어떤 식으로 반영됐는지 철저히 검증한다. 그렇게 해서 문제가 바깥으로 나오게 된다.”(김 검토위원장)
-올해 유출 사고가 있었지 않나. 우려가 있다.
“6, 9월 모의평가는 출제 완료부터 시행하기까지 시간 갭(격차)이 어느 정도 있다. 그 사이에 유출된 건데, 본 시험의 경우 아직 출제위원단이 출제본부에 격리된 채 있다. 검토위원장과 저만 기자회견 때문에 나온 거다. 물론 보안요원이 따라 왔다.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가능성 없다. 입ㆍ퇴소 시에 USB(이동식저장장치) 같은 것의 검색을 강화했고 제 범위 밖이지만 외부 보안도 더 강화된 것으로 안다.”(정 출제위원장)
“경찰 지원 경력이 많이 증원됐다. 인쇄ㆍ출제 본부의 외부 보안 훨씬 더 강화된 것이다. 입ㆍ퇴소 시에 철저한 보안 검색이 시행되고 있다. 출제 선생님들과 검토 선생님들이 불편함을 느낄 정도다. 보안 서약이나 후속 조치도 철저히 한다. 모의평과 본 수능은 퇴소 시간이 차이 난다. 모의평가는 환경적 요인 때문에 보내 드리지만 본 수능에서는 그런 일 없을 걸로 확신한다.”(김영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세종=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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