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선주의’ 기치를 내걸고 미국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제조업을 되살리기 위해 중국산 제품에 4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3년 안에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4.8%가 줄어들고, 중국의 대미 수출물량은 87%가 감소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트럼프의 미국 제조업 복원 계획은 아시아의 첨단 전자부품 공급망과 거대한 노동력을 미국에서는 조달하기 어렵기 때문에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16일(현지시간) 만일 트럼프가 대규모 제조업 공장들을 미국으로 이전시킬 경우 이들 기업들은 당장 노동력 부족과 부품 조달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WSJ은 그 사례로 전자부품 업체인 자빌 서킷(Jabil Circuit Inc.)의 사례를 들었다. 자빌 서킷은 몇 해 전 갑작스럽게 제품 생산을 늘릴 필요가 있었다. 당시 자빌 서킷은 중국에서 6주 만에 3만5,000명의 노동자들을 조달했다. 중국의 풍부한 노동력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2월 CBS방송에 출연해 애플이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이유는 중국의 노동자들의 직업적 숙련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점점 중국 노동자들과 같은 숙련된 노동자들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폰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유는 아이폰 부품 생산의 국제적 분업체계 때문이다. 아이폰의 디자인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만들어진다. 아이폰의 메모리 칩은 한국에서 생산되고, 디스플레이는 일본에서 만들어진다. 유리와 무선 주파수 관련 부품은 미국에서 생산한다. 조립공장은 중국에 두고 있다.
미국 시라큐스대학의 제이슨 데드릭 교수는 미국에서 아이폰7을 생산할 경우 대당 가격이 30~40달러 오를 것으로 추정했다. 인건비도 오를 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 등지에서 부품을 실어 나르는 데 따른 운송비가 더 들기 때문이다. 데드릭 교수는 만일 아이폰 부품까지 미국에서 생산할 경우 아이폰7의 대당 가격은 9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으로 공장이전에 따른 생산비 증가를 소비자들에게 넘길 경우 아이폰 가격은 14% 정도 뛸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증권사인 샌포드 C. 번스타인의 애널리스트인 앨버트 모엘은 트럼프가 자신의 임기동안 여러 나라의 분업체계로 이루어지는 공장들을 미국으로 이전시키는 작업을 해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비영리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소(Economic Policy Institute, EPI)의 조사에 따르면 1997~2013년 사이 미국에서는 8만2000개의 공장들이 문을 닫았다. 이로 인해 54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트럼프는 지난 3월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나는 애플의 컴퓨터와 아이폰을 중국이 아닌 우리나라 땅에서 만들도록 하겠다. 그런 제품들을 중국에서 만들면 우리에게 무슨 도움이 되나”라고 말했었다.
트럼프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45%의 징벌적 관세를 부고하겠다고 위협해 왔다. 중국산 제품에 실제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당장 중국에 공장을 둔 애플과 델 테크놀로지스, 휴렛팩커드 등이 타격을 받게 된다. 홍콩 다이와캐피탈마켓(Daiwa Capital Markets)의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케빈 라이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4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3년 안에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4.8%가 줄어들고, 중국의 대미 수출물량은 87%가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산 제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내 미국기업들은 미국으로 공장을 다시 이전하기 보다는 베트남 등 인근의 다른 아시아 국가들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또한 미국기업들이 공장을 다시 본국으로 이전하더라도 비싼 인건비를 감당하는 대신 기계화로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 홍콩전자산업협회장인 스티브 추앙은 중국은 이제 스타트폰과 전자제품을 소비하는 세계 최대의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면서 미국기업들이 중국에 생산 공장을 유지하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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