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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정유라에 두 번 당한 승마선수 父 “정부 특혜 없는 선수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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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정유라에 두 번 당한 승마선수 父 “정부 특혜 없는 선수 많은데..”

입력
2016.11.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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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정유라 꺾고 외압 시달려

“경찰이 경기 다음날 심판장 조사”

“유망주들 피해 입을까 걱정”

2014년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정유라씨 페이스북 계정 비디오머그 캡처
2014년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정유라씨 페이스북 계정 비디오머그 캡처

“(정유라 부정입학 사태로) 잊고 싶은 3년 전 일을 떠올려야 하는 등 우리도 피해를 입고 있지만, 승마 유망주들이 입학할 학교가 사라지거나 훈련ㆍ대회 출전 등을 인정 받지 못하는 2차 피해가 발생할 것 같아 정말 걱정이 된다.”

국내 마장마술 유망주 김혁(21ㆍ한양대)씨의 아버지 김모(54)씨는 16일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참 힘들다”며 최근의 복잡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고교시절부터 최순실(60)씨 딸 정유라(20)씨의 라이벌이었던 김혁씨 앞날에 어두운 구름이 드리운 것은 2013년 4월 경북 상주에서 열린 한국마사회컵 전국승마대회. 당시 고교 3학년이었던 김혁씨는 탁월한 기량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2위를 한 정씨 측이 경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일은 이상하게 돌아갔다. 경기 다음날 경찰이 이례적으로 심판위원장을 불러 조사했고, 이후 정씨에 호의적이지 않았던 승마협회 간부 이름이 적힌 ‘살생부’가 돌아 결국 이들이 협회에서 밀려나는 파동까지 발생했다. 감사를 거쳐 정씨 측과 그 반대 측이 모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문화체육관광부 담당 국ㆍ과장이 물러나기까지 했다. 당시 일을 떠올린 김씨는 “승마의 승자도 모르는 경찰이 내사도 없이 경기 끝난 다음날 심판위원장을 소환한다는 게 가능한 일이냐”며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정씨는 승승장구하며 이듬해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4위를 차지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5위에 그친 김혁씨는 안방(인천)에서 열렸던 아시안게임에 나가지 못했다.

지방에서 건설사를 하는 김씨는 이후에도 여러 고초를 겪었다. 국가대표 선발전 당시 석연찮은 판정에 이의를 제기하자 최씨 측근으로 알려진 전 승마협회 간부가 자신에게 세무조사를 거론하며 압박했다는 의혹에 대해 그는 “이제 와서 하고 싶지 않은 얘기”라면서도 “은행에서 통장을 다 가져간 것은 맞다”고 털어 놓았다. 수사기관이 은행 계좌를 추적한 사실을 통보 받았다는 것이다.

아들의 억울함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했지만 김씨는 정씨 사태로 승마 유망주들의 앞길이 막힐까 걱정을 감추지 않았다. “학교나 나라가 주는 특혜 없이 개인 비용으로 커나가는 선수들도 많다”며 “중국, 일본도 우리나라를 따라오고 있는데 승마 선수들이 정상적으로 대회 출전도 못하고 메달도 따지 못하게 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유라 사태에 대한 반작용으로 학교와 협회에서 체육특기생에 대한 배려와 관심이 줄어들 것이 걱정된다는 것이다. 김씨는 또 “우리 아들은 말똥 냄새도 좋다고 할 정도로 승마밖에 모른다”며 “김혁의 좌우명은 정정당당함”이라고 전했다. 김씨는 학업과 훈련을 병행하며 2018자카르타아시안게임 메달과 2020도쿄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그는 “최근 아들에게 ‘너는 행운아다’라고 얘기했다”며 “내가 (최순실처럼) 힘이 있었으면 벌써 구속되고 너는 독일로 도망갔지 않았겠느냐며 힘들어 하는 아들을 위로했다”고 씁쓸하게 말을 맺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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