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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삼성과 미래차

입력
2016.11.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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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미국 자동차 전장(電裝) 전문기업 하만을 인수한 건 올해 우리기업 뉴스 중 가장 흥미진진한 사건이라 할 만하다. 전장사업은 자동차 외장과 엔진 등 기계적 장치를 뺀, 전기장치 일체를 만드는 사업이다. 오디오나 내비게이션, 조명장치뿐만이 아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미래로 꼽히는 자율주행차가 실현되려면 실시간 위치정보는 물론, 차 간 거리 자동유지 시스템(HAD)이나 자동긴급제어시스템(LKAS) 등 보다 진화한 전자 모듈이 필요한데, 이 모든 미래형 기술이 전장사업에 들어간다.

▦ 하만은 JBL과 마크레빈슨 등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업체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터넷 같은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자동차 시스템과 외부정보를 연결하는 ‘커넥티드카’ 분야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요컨대 현행 자동차가 자율주행차 등 미래형으로 진화하는 과정에 필요한 제반 전장기술의 최강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말 전장사업팀을 발족시켜 신사업 의지를 내외에 천명한 삼성은 1년간의 모색 끝에 하만을 전격 인수함으로써 글로벌 업계에 회심의 일격을 날린 셈이다.

▦ 일단은 전장사업이지만, 삼성의 제2의 자동차 사업 진출로도 볼 수 있다. 전통 엔진기술이 한계에 이르고, 자동차 개념이 날로 진화하면서 자동차산업의 중심이 빠르게 전장사업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에 앞서 전장기술을 축적해 온 LG전자에 대해 업계에선 “엔진과 외장 등 몇몇 부품만 조달하면 당장이라도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러니 지난 1995년 완성차 산업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삼성으로서는 반도체와 모바일을 찍고, 20년 만에 권토중래에 들어간 셈이다.

▦ 삼성의 하만 인수는 우리 기업의 성장 의지가 여전히 왕성함을 보여 줬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환호만 하기 어려운 면도 없지 않다. 하만은 10개국 제조공장 등에 3만명의 인력을 고용한 기업이다. 따라서 삼성이 9조원을 투자해 하만을 인수했다는 건, 국내에서 적어도 3만명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었던 투자가 해외로 넘어갔음을 뜻한다. 아울러 현대차나 LG전자 등 국내 전장업체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정(正)과 부(否)의 효과를 조정할 정책적 청사진이 필요하다.

장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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