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와 충북도, 세종시 등 3개 시ㆍ도 교육청이 내년 어린이집 누리과정(만3~5세 보육지원) 운영에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채 정치권에 기댄 낙관론에 빠져 자칫 보육대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무성하다.
16일 3개 시ㆍ도 교육청에 따르면 내년도 본예산에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았다. 내년 어린이집 누리과정에 필요한 예산은 충남 1,094억원, 충북 834억원, 세종 206억원이다. 전국적으로는 3개 교육청을 포함해 총 12개 시ㆍ도 교육청이 내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충청권에선 대전교육청이 유일하게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550억원)을 반영했다.
3개 시ㆍ도 교육청은 재정이 어려워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어린이집은 보육기관으로 보건복지부 소관인 만큼 정부가 예산을 편성하라는 기존의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세종시교육청 관계자는 “세종시는 학교수가 증가하면서 내년에 인건비와 운영비 등 경직성 경비만 380억원 이상 늘어난다. 누리과정뿐만 아니라 재정난으로 편성하지 못한 예산이 꽤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장 내년 1월부터 어린이집 운영에 빨간 불이 켜졌지만 정작 해당 교육청들은 정치권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며 다소 느긋한 분위기다. 이는 지난 4월 20대 총선에서 승리한 데 이어 ‘최순실 게이트’로 정국 주도권을 쥐고 있는 야당이 누리과정 예산의 정부 책임론에 우호적인 만큼 연말 국회에서 충분히 정부 예산을 반영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실제 최교진 세종교육감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다른 지역 교육감들과 함께 국회를 방문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야당 소속의 국회 예결위원장과 교육문화관광체육위원장, 야 3당 원내대표 등으로부터 근본적으로 해결해주겠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학부모와 어린이집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올해 관련 예산을 세우지 않아 살얼음판을 걷는 위태로운 상황이 내년에도 반복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세종교육청은 정부가 올해 관련 예산을 끝내 지원하지 않아 유치원 예산과 예비비를 동원해 가까스로 어린이집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충북에선 도가 어린이집 운영비(월 7만원) 6개월치(33억2,000여만원)를 자체 예산으로 대납해 버텼지만 도교육청은 이 예산의 전출을 거부하고 있다. 교육부는 시ㆍ도에서 선지급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문제는 원칙적으로 각 지자체와 교육청 간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어 도와 도교육청 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4살배기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는 김모(35ㆍ세종시ㆍ여)씨는 “엄마들이 모이면 내년 보육료 지원이 어떻게 될 지부터 얘기한다”며 “만약 지원이 안 되면 어린이집에 안 보낸다는 엄마들도 상당수다”라고 걱정했다. 김씨는 “매년 어린이집 보육료 때문에 속을 끓여야 하냐. 마음 편히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확실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종시어린이집연합회 김인숙 회장은 “보육 문제를 정치적으로 풀려고 하면 안 된다”며 “내 지역 아이들을 보호하고 교육하는 것은 교육감이 최우선 책임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정부와 교육청이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책임을 떠넘기면서 아이와 학부모만 피해본다”며 “저출산 시대에 보육 문제 해결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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