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전 세계가 열광하는 콘텐츠로 이미 글로벌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면 중국 역시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세계 문화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세 번째 세션 ‘한류(韓流)와 한류(漢流)의 만남’에서 토론자들은 양국이 쌍방향 문화 교류를 통해 윈윈(Win-Win) 할 수 있는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 ‘아시아 문화의 르네상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고정민 홍익대 경영대학원 교수(사회자)= 현재 한중 간 비즈니스 교류에 대한 견해를 밝혀달라.
김형철 화책합신 총경리= 올해 초 방영한 KBS2 ‘태양의 후예’는 한국의 콘텐츠 기획력과 중국의 자본 및 플랫폼이 성공적으로 결합된 사례로 꼽힌다. 배우들의 캐스팅이 이뤄지기도 전에 중국의 파트너 기업들과 사전 협의를 통해 탄생한 작품으로 양국의 노하우가 그대로 녹아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냈다.
푸창 중국 CIBN 글로벌IT 총재= 중국 대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유료 웹 콘텐츠 이용 의사에 대해 조사했더니 60%가 ‘이용하겠다’는 답변을 했다. 그 이유가 하나같이 ‘태양의 후예’를 보기 위해서였다. 중국 내에서도 특히 불법 다운로드가 만연했던 대학가에도 유료 웹 콘텐츠 시장이 성공할 수 있다는 건 앞으로의 시장이 더 성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고 교수= 국가 간 모든 산업에는 뜻밖의 장애물이 존재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한류 냉기류에서 보듯 한중 사이엔 늘 정치적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국내 인력과 노하우가 중국에 급속도로 흡수되는 상황도 빼놓을 수 없다.
유인택 동양예술극장 대표=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중 간 영화 및 드라마 계약에 빨간 불이 들어왔던 걸로 안다. 한·중은 수 천년 이어져 온 동반자 관계를 위해 긴 안목을 가져야 한다. 당장 실적을 내 경제적 이득을 취해야 한다는 생각이 부작용을 낳는다.
김 총경리= 정치적 문제 그 자체보다 그로 인한 한류 소비자들의 정서가 얼어붙는다는 게 문제다. 그렇다고 늘 어느 산업에나 존재하는 장애를 두고만 볼 수는 없다. 장벽을 뚫고 가겠다는 유연한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인력의 중국 유입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미국 LPGA에 수 많은 한국 골퍼들이 진출하지만 아무도 유출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삼성그룹에 외국인 지분율이 상당하지만 그걸 (해외에) 빼앗긴다고 보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모두 글로벌화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푸 총재= 오히려 중국 내에선 반(反)한류 정서에 대한 심각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금보다 다양한 방식에서 양국 간 교류가 확대시켜야 정치적 문제도 극복할 수 있다.
고 교수= 한중 협력의 형태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돼야 하는가.
유 대표= 결국 한국에서 좋은 콘텐츠여야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한다. 질 좋은 작품은 어느 곳에 내놔도 평가가 좋을 수밖에 없다. 전 세계가 열광한 드라마 ‘대장금’과 글로벌 가수로 도약한 싸이도 특정 시장을 겨냥해 탄생한 결과가 아니다. 국내 시장에서의 공감대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푸 총재= 현재 중국의 인터넷 미디어 종사자들은 모두 “제2의 태후는 언제, 어디서 나올까’를 고민한다. 아직도 콘텐츠 기획과 플랫폼을 한국에서 찾으려고 하는 경향이 짙다. 이 때문에 중국의 자본은 한국 제작사와 협력하기를 원한다. 콘텐츠 교류가 지금보다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고 교수= 이를 위해 양국 정부에 건의할 점이 있다면.
유 대표= 성공한 문화 콘텐츠들은 돈이나 기술이 아닌 인문학적 바탕을 둔 상상력에서 시작된다. 어릴 때부터 중국을 이해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당국에서 중국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주길 바란다.
김 총경리= 한중 문화가 교류하기 위한 정확한 매뉴얼이 없는 실정이다. 개별 기업이 일일이 부딪혀보는 상황이다. 원활한 교류를 위해 비자 발급 등 기초적인 부분부터 시스템이 갖춰질 필요도 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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