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시민사회단체 참여해야”
국민의당 “논의 복합해져” 반대
야3당 대표 회담 무산… 오늘 재추진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 민심은 하루가 다르게 강해지고 있으나, 야권은 좀처럼 이를 받아 안지 못하고 있다. 야권은 “박 대통령이 물러나야 하며 이를 위해 적극 노력한다”는 말을 빼고는 구체적 시간표나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야3당 모두 박 대통령 퇴진을 당론으로 정하고 공동으로 퇴진 운동을 벌이겠다는 선언은 한 상태다. 하지만 이를 추진할 기구의 구성과 성격을 놓고는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박 대통령 퇴진운동을 시민단체들과 공동으로 전개하는 것을 놓고도 입장이 다르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단독 영수회담을 제안한 뒤 뒤늦게 백지화한 것도 야3당 간 불신을 자극했다.
하지만 입장 차의 뒤에는 향후 정국에서 주도권을 쥐거나, 놓지 않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민주당은 100만 촛불 민심을 모으고 계속 유지하려면 시민사회단체와 손을 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1987년 6월 항쟁 당시 통일민주당과 재야단체인 ‘민주통일민주운동연합(민통련)’이 중심이 되고, 학생운동조직과 노동조합, 종교계 등이 참여해 구성된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국본)를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 대표가 이를 제안한 데 이어 당 내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까지 가세해 지원사격을 하면서 이를 밀어붙일 기세다.
반면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6일 전날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하는 ‘비상시국기구’ 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가 자주 대화하고 함께 답을 찾는 것은 맞다”면서도 “시민사회단체까지 포함하면 논의가 복잡해진다”고 말했다. 야권 인사는 “국민의당은 국회 밖 세력과 손잡으면 국민의당의 캐스팅보트 역할이 줄어드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며 “그러나 민주당은 제1야당으로서 퇴진 운동을 주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두 당의 대표적 대권주자들의 입장 차도 여전하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여야 모든 정치인이 함께 하는 비상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으나, 문 전 대표는 “새누리당도 국정 혼란의 책임자인 만큼 그 책임 인정과 진실된 사죄를 한 뒤 생각해 볼 문제”라고 했다.
양당의 신경전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박지원 위원장은 이날 “호남 사람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말을 하는 분이 또 다시 대통령 후보가 되려고 한다”며 문 전 대표를 겨냥했다. 문 전 대표가 전날 기자회견에서 “4ㆍ13 총선 당시 ‘호남에서 패배하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한 발언은 전략적 판단으로 했던 것”이라고 설명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김경수 민주당 의원은 박 위원장에게 “분열의 언어 대신 단결의 언어로 함께 힘을 모으는데 앞장서 달라”며 “그것이 거대한 민심의 요구에 정치권이 화답하는 첫 걸음”이라고 했다.
야3당 대표는 17일 만나 박 대통령 퇴진을 위한 시민사회와의 공조 등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회동에서 야권 공조의 원칙은 재확인 하겠지만,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할 경우 국민적 비판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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