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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한 한류, 이젠 세계화 고민할 때”

입력
2016.11.1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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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6 차이나 포럼’에서 곽영진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이사장(왼쪽부터)의 사회로 김영민 SM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정욱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류젠화 중국신문출판연구원 미디어연구소 집행소장, 저우쿠이 전매대학 교수가 첫 번째 세션 ‘한류, 지금 어디에!’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김주성기자
16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6 차이나 포럼’에서 곽영진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이사장(왼쪽부터)의 사회로 김영민 SM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정욱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류젠화 중국신문출판연구원 미디어연구소 집행소장, 저우쿠이 전매대학 교수가 첫 번째 세션 ‘한류, 지금 어디에!’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김주성기자

“‘한국은 콘텐츠, 중국은 마켓’으로 구분하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제는 한·중 공동의 콘텐츠로 세계 1등이 돼야 합니다.” ‘2016 차이나 포럼’의 첫 번째 세션 ‘한류, 지금 어디에!’ 토론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성장 한계에 부딪힌 한류가 ‘세계화’에서 돌파구를 찾아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 견해를 같이했다.

1990년대 후반 인기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와 ‘가을동화’ ‘대장금’에서 시작된 한류는 K팝 돌풍으로 이어졌고, 패션과 뷰티, 음식 등 K컬처 붐으로 확산됐다. 한류가 진화하면서 한·중 교류 협력도 강화됐다. 중국 자본과 한국 제작 노하우의 만남은 시너지를 내며 고품질 콘텐츠를 생산해내고 있다.

곽영진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이사장= 한·중 합작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

김영민 SM엔터테인먼트 대표= 중국에서 ‘타올라라 소년’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한 적이 있다. 중국 저장위성TV와 제작사 티엔위, IT기업 텐센트도 참여했다. 이를 테면 방송은 KBS가 맡고, 제작은 SBS의 PD가, 음악은 유니버설 뮤직이, 온라인 유통은 유튜브와 포털사이트가 맡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중국에서 이런 형태의 합작을 할 수 있다는 데 놀랐다. 한국에서도 이런 시스템이 가능할지 돌아보고 반성하게 됐다.

정욱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자회사인 JYP픽쳐스를 통해 중국 유쿠, 투도우 그룹과 웹드라마 ‘드림 나이트’를 제작했다. 전세계 조회수가 1억회를 넘기고 각종 시상식에서 상도 받았다. 한국과 중국의 합작 콘텐츠를 전세계에 유통하면서 새로운 IP(지적재산권) 판권을 창출해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의미 있게 다가왔다. 이젠 우리가 어떤 IP 판권을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할 수 있는 기회였다.

곽 이사장= 중국 자본이 유입되면서 중국 소비자에게 편향된 콘텐츠가 늘어나고 우수 인력이 유출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류젠화 중국신문출판연구원 미디어연구소 집행소장= 중국 시청자 중에는 중국판 ‘런닝맨’이 원래 한국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많다. 한류를 하나의 문화콘텐츠로 볼 필요가 있다. 한·중 합작은 우수한 인력을 함께 길러내는 것이지 한국의 인력을 빼앗는 게 아니다.

저우쿠이 전매대학 교수= 중국에서 미국드라마가 인기다. 인터넷과 기술력이 뒷받침하기 때문에 콘텐츠의 수준만 담보되면 전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한국 문화콘텐츠의 세계화를 위해 중국 시장을 일종의 ‘테스트 베드’로 삼아야 한다.

곽 이사장= 북한 핵 문제와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결정이 양국간 문화 교류에 영향을 주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류 소장=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정치적 문제는 일종의 돌발 변수다. 최대의 경제 효과를 거두기 위해 불확실성에 대비할 필요는 있지만, 정책 문제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문화교류에 더 집중해야 한다.

곽 이사장= 한국과 중국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김 대표= 10년 전만 해도 미국에서 오디션을 진행하면 지원자의 90%가 재미 한국인이었지만 지금은 한국인이 50%이고 중국인이 30~40%, 일본인이 10% 정도 차지한다. 왜 지원했냐고 물으면 대답은 하나다. ‘아시아 스타가 되고 싶다’는 거다. 이제 한국에서 중국으로 진출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아시아 최고가 세계 최고로 인식되는 시대가 됐다. 아시아 1등 콘텐츠를 세계 1등 콘텐츠로 만들기 위해 기획하고 실행해야 한다.

정 대표= 자메이카의 레게 음악이 미국 자본과 만나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해 볼 만하다. ‘왜’가 아닌 ‘어떻게’가 중요하다. 한중 문화교류도 마찬가지다. 어떤 지향점을 갖고 어떻게 교류할지 고민해야 한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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