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 국정농단 판가름 ‘핵심 고리’
어떤 식으로든 공소장에 등장할 듯
참고인ㆍ제3자로 형식적 절충하거나
추가기소 때 기재는 비난 여론 부담
판결로 혐의 확정까진 오랜 시간
촛불민심 반영한 탄핵 명분될 듯
최순실(60ㆍ구속)씨 기소 전 박근혜 대통령 조사가 불투명해지면서, 과연 최씨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 관련 내용이 어떻게 기재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공소장은 수사기관이 혐의사실을 정리한 최초의 공식 문서인 만큼 대통령의 혐의 윤곽이 드러나면 대통령의 거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최씨 등의 공범으로 적시될 경우 탄핵 소추의 법적 근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씨와 안종범(57ㆍ구속)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47ㆍ구속)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공소장에는 박 대통령이 어떤 방식으로든 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들의 혐의내용과 객관적으로 발생한 사실 사이의 연결 고리가 대통령이라는 점은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아직 대통령이 조사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변수가 된다. 때문에 검찰이 최씨 등의 공소장에 대통령 이름을 언급하지 않은 채 최씨 등을 1차 기소하고, 대통령 조사 이후 추가기소하면서 대통령 관련 내용을 기재할 가능성이 우선 꼽힌다. 검찰로서는 최씨 등의 공소장에 대통령 공모혐의를 거론하면 대통령 조사에 앞서 미리 카드를 공개하는 셈이어서 언급을 하지 않고 나중에 공소장을 변경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국민적 불신이 큰 검찰에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다”는 비난이 쏟아질게 뻔해 검찰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박 대통령이 참고인이나 제3자로 등장할 수도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지검장)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이 참고인 신분이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대통령이 “의혹의 핵심”이라면서도 참고인 신분을 고집하는 것은 여론의 눈치를 보는 한편, 참고인이라는 형식을 빌어 일부라도 대통령의 혐의를 담는 절충안이라고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을 최씨나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의 공범 즉 피의자로 적시할 경우 대통령에 미칠 여파는 심각해진다. 대통령의 위법사실이 처음으로 공식화하는 것이고, 이것이 탄핵 소추의 법적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공소장은 최종 판결이 아니어서 피고인과 참고인에게는 형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므로, 공소장 기재만으로 명백한 탄핵사유로 단정짓기는 어렵다. 그러나 검찰 수사와 법원의 재판을 거쳐 관련자들과 박 대통령의 혐의사실을 판결문으로 확정하기까지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이 공소장이 탄핵을 위한 법적 요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치적으로도 하야, 탄핵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이 가결되면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은 사라져 박 대통령이 피의자로서 수사, 재판을 받게 된다.
대통령은 조사 이후에도 자유롭지 못하다. 최씨와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이 재판에 넘겨지면 핵심 관계자인 대통령이 증인으로 채택될 수 있다. 최씨 등이 대통령 진술조서를 그대로 인정하면 증인신문에 갈음할 수 있어 대통령이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진술조서 내용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한 최씨 등이 대통령에게 반대신문을 요구하면 검찰에서는 재판부에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해 조서의 증거능력을 끝까지 유지하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 검찰이 조서를 철회하면 다른 증거로 피고인의 혐의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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