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첫 200일 플랜 공개
당선 직후 TPP 철회 방침 이어
통상정책 골격 송두리째 조정
中 환율조작국 지정 검토 착수
‘미국에 유리하게’ 협상 기조로
캐나다ㆍ멕시코 타격 불보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20일 백악관에 짐을 풀자마자 미국 대외통상정책의 골격을 송두리째 뒤바꾸겠다는 이른바 ‘무역 200일 계획’이 공개돼 주변국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트럼프측은 당선직후 사실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철회 방침을 공표한 데 이어 이번에는 1994년 이후 북미지역을 단일통합시장으로 결속해온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백지화할 것이란 실천 계획을 처음으로 드러낸 것이다.
미 CNN은 15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의 트럼프 정권 첫 200일 동안의 무역정책 개혁 초안 메모를 정권 인수위원회로부터 입수해 보도했다. CNN은 메모에 대해 “트럼프가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던 보호무역 기조 실천을 위한 엄청난 양의 개혁 내용을 담고 있다”라며 “미국 정부와 노동자들의 권익신장을 최우선으로 하는 새로운 통상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메모는 첫째 NAFTA의 재협상 혹은 탈퇴, 둘째 TPP 철회, 셋째 불공정 수입의 중단, 넷째 불공정한 무역 관행들의 근절, 다섯째 다자협정을 대신할 양자 무역협정 추진 등 총 다섯가지의 주요원칙을 기반으로 작성됐다. 이밖에 메모는 제조업 일자리 확대를 위한 법인세 인하와 각종 기업 규제 완화를 부대 원칙으로 포함한다.
메모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첫날부터 NAFTA 개정 작업에 착수한다. 당장 상무부, 국제무역위원회 등이 나서 미국의 NAFTA 탈퇴시 북미 시장에 어떤 상황이 발생할 것인지, 미국 정부가 준비해야 할 법적 조치는 무엇인지 검토와 연구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NAFTA를 구성하는 캐나다, 멕시코 정부에 통화, 원산지, 환경 및 안전기준 등을 보다 미국에 이롭도록 개정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한다. 갑작스러운 다자협정 파기보다 순차적인 개정을 유도하면서 국제사회의 반발을 최소화고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CNN은 트럼프 정부가 취임 100일 째에는 NAFTA 재협상을 계속하면서 한편으로는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에 대한 구체적인 점검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는 환율조작국 지정이라는 채찍을 중국에 보여주면서 불균형한 미중 무역관계를 재조정할 수 있는 양자무역협상을 끌어낸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인수위 메모에 따르면 이어 200일째에는 트럼프가 NAFTA 공식 탈퇴를 고려하면서 이를 대신할 양자 협정 추진에 힘을 싣게 된다. 다만 메모는 미국의 NAFTA 탈퇴로 북미지역 시장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담았다.
트럼프 새 정부의 이 같은 미국 최우선 통상정책 개혁 청사진이 공개되면서 캐나다와 멕시코 정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NAFTA가 깨어질 경우 대외무역의 상당부분을 미국시장에 의존해온 양국은 수출품 관세 강화에 따른 경쟁력 약화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국경장벽을 비롯한 트럼프의 이민자정책들로 적지않은 파장을 맞게 된 멕시코는 이중고가 예상된다. 1990년대 초 미국과 NAFTA협상을 주도한 하이메 세라 푸체 전 멕시코 통상장관은 “트럼프의 계획은 북미 전체는 물론 미국 국내경제에도 심각한 피해를 줄 것이다”고 가디언에 밝혔다.
수출물량의 4분의 3을 미국에 의존하는 캐나다도 심각한 상황이다. 캐나다 일간 글로브앤드메일은 15일 “미국의 NAFTA 탈퇴 계획은 북미의 자유무역에 기대어 생계를 이어온 셀 수 없이 많은 노동자와 경영인들을 떨게 한다”고 평가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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