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종교와 채식 이야기다. 이번에는 크리스트교에 이어서 불교와 채식 이야기다. 사실 크리스트교보다 불교가 채식에 훨씬 친숙하다. 우리나라만 놓고 볼 때 불교의 출가 수행자인 스님들은 엄격한 채식을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불살생의 교리 때문이다. 그러나 출가자가 아닌 평신도, 곧 재가자에게는 채식의 의무가 부과되지 않는다.
크리스트교 못지 않게 불교에도 문외한이지만 글쓴이는 이점이 궁금하다. 살생을 하지 마라는 교리가 출가자인가 재가자인가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것 같지 않은데, 왜 불교 신자들을 대상으로는 육식에 대해 특별한 금기가 없을까.
크리스트교 중 가톨릭은 예수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금요일에는 물고기는 허용하지만 육식을 금한다. 이는 영국 그룹 비틀즈 멤버였던 폴 메카트니가 제안하여 시작된 채식 운동인 ‘고기 없는 월요일’처럼 채식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게 만든다. 일본은 7세기 이후에 독실한 불교 신자였던 왕들이 육식을 금하여 19세기까지 고기라고는 물고기만 먹었다. 반면 우리나라 불교 신자들이 고기를 먹으면서 특별히 주저하는 것 같지는 않다.
석가모니가 고기를 무조건 먹지 말라고 한 것이 아니라 세 가지 점에서 깨끗한 고기는 먹어도 괜찮다고 했다는 말은 자주 언급된다. 자기를 위해 죽이는 것을 보지 않았고, 자기를 위해 죽였다는 소리를 듣지 않았고, 자기를 위해 일부러 죽였다는 의심이 없다면 먹어도 괜찮다는 것이다. 동남아의 소승 불교 스님들은 고기를 먹는다던데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 불교 신자들이 바로 이 이유에 해당된다고 해서 고기를 먹는 것 같지도 않다. 일단은 고기를 먹으면서 세 가지 조건에 맞는지 따진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더 문제는 현대 사회에서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고기를 찾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자급자족했고 경제 규모가 기껏해야 지역 사회를 벗어나지 못했던 과거 시대에는 고기가 있을 때 이 고기가 나를 위해 죽은 동물의 고기인지 아닌지 확인할 방법이 있었다. 예컨대 사위가 찾아와 장모가 씨암탉을 잡는다든가 동네에 잔치가 있어서 돼지를 잡는다든가 해서 생긴 고기는 누구를 위해 잡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유럽이나 남미에서 도축된 고기가 수입되는 현대 사회에서는 그런 확인이 가능하지 않다. 누구를 위해 잡았는지 모르니까 나를 위해 잡은 고기가 아니라고 생각해야 할까? 도축업자들은 불특정 다수가 먹으리라 예상을 하고 도축을 하는 것이고 그 불특정 다수에 나도 포함되므로 나를 위해 잡은 고기라고 생각해야 하는 게 설득력이 있다. 석가모니 가르침의 의도가 나를 위해 잡는 고기를 줄이기 위해서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그렇게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실제 불경(능가경)에서는 고기를 먹는 사람이 있으므로 동물을 죽이는 사람이 있다는 구절이 있다. “만약 모든 사람들이 고기를 먹지 않는 자라면, 고기를 먹는 사람 때문에 또한 중생을 살해하고자 들어가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만약 곳곳에서 먹을 수 있는 고기를 매입하지 못한다면, 돈을 벌기 위한 사람이 매입하는 사람을 위해 죽이고, 판매하기 위해 죽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구입자도 또한 살생하는 자와 다름이 없다. 그러므로 고기를 먹는 자는 성스러운 길에 장애가 된다." (마성, ‘불교는 육식을 금하는 종교인가’, <불교평론>에서 재인용)
물론 오랫동안 육식을 한 사람이 고기를 멀리 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은 하지 못하는 일을 하게 하는 것이 종교의 힘 아닌가. 윤리는 실천적 규범이다. 아무리 이성적으로 설득이 된다고 하더라도 실천에 옮기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다. 그런 점에서 종교의 교리는 우리가 믿는 바를 실천에 옮기게 하는 데 큰 힘이 된다. 출가자의 채식 문화가 있는 불교에서 재가 신자들에게도 그 문화가 퍼지게 하면 채식 운동에서는 천군만마를 얻게 된다. 채식을 실천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채식에는 항상 영양학적으로 뭔가 부족하지 않나 하는 논쟁이 따르는데, 영육이 모두 건강한 스님들을 예로 드는 것만으로도 그 논쟁을 끝낼 수 있다.
최훈, 강원대학교 교수, 철학, ‘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 저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