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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If-by-President (대통령 문제라면)

입력
2016.11.1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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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rge Orwell은 ‘Animal Farm’에서 ‘모든 동물은 동등하지만 일부 동물은 더 동등하다’(All animals are equal, but some animals are more equal than others)고 했다. 알 듯 모를 듯 모호한 말이고 듣기에 따라 해석도 달라진다. 언어학계에서는 그의 이름을 따서 가장 모호한 표현을 골라 ‘Doublespeak Award’(모호한 말 상)를 주고 반대로 가장 명쾌한 글에는 Orwell Award 상을 준다. 이중적 의미의 모호한 말을 쓰거나 미사여구로 본질을 흐리는 말을 골라 불명예의 상을 주는 셈이다.

가령 낙태(abortion)라고 말하면 거부감이 들지만 Women’s right to choose(여성의 결정권)나 Women’s rights for abortion(낙태 여부에 대한 여성의 권리)이라고 말하면 여성의 권리가 더 중요하게 들린다. 반면에 가톨릭은 낙태를 태아를 죽이는 것(baby killing)이라고 하는데, 이 말은 살벌한 느낌을 주고 낙태에 대한 거부감을 갖도록 한다. 똑같은 사안도 표현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본질을 흐리고 회피할 수 있다는 뜻이다.

논쟁에서는 논리가 중요하지만 가끔 대중에게 직접 호소하는 방식이 등장한다. Latin어로 argumentum ad populum이라 하는데 영어로 번역하면 appeal to the people이다. 논리나 합리적 사고가 아니라 대중의 감성을 자극하여 동정을 얻는 방식이다. ‘다수가 그렇게 생각하면 그게 정답’(If many believe so, it is so)이라는 것이고 영어 속담의 ‘There’s safety in numbers’나 중국 속담 ‘Three men make a tiger’와 다를 바 없다.

미국인들이 대중성을 강조하면서 ‘Fifty million Elvis fans can’t be wrong’(5,000만 엘비스 팬들이 잘못이라는 뜻입니까?)이라고 말하며 큰 숫자를 들이대는 것은 논리보다는 다수의 힘(appeal to the masses)을 빌리는 방식이다. 노래 제목 중에는 ‘Fifty million Frenchmen can’t be wrong’도 있었는데 5,000만 프랑스 인구가 틀렸단 말이냐는 감성적 반박이 유행이기도 했다.

이 대목에서는 그 유명한 ‘if-by-whisky’가 떠오른다. 1952년 미국의 Mississippi주의 Noah S. Sweat, Jr 의원이 위스키를 합법화할 것인지를 놓고 열변을 토했다. 그는 위스키는 대화의 양념이고 분위기를 돋구기도 하지만 독배가 되기도 하며 가정을 파괴한다는 식으로 양면성을 주장했다. 그 뒤 미시시피주는 1966년까지 14년 동안 위스키를 불법으로 간주했는데 설득 과정이 감성에 호소한 비논리의 사례로 남았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최근 ‘if-by-President’가 벌어졌다. 광화문 광장에 100만 군중이 모여 대통령 반대를 외쳤는데 권력 내부에서는 나머지 참석하지 않은 5,000만 숫자를 들이대며 100만 군중을 무시하는 주장을 하고 있다. 대통령 인기가 5%밖에 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하면 조금 있으면 오른다며 귀를 닫고 엉뚱한 비논리적 반박을 한다. 본질을 회피해 유체이탈 화법을 사용하는 어법(distancing language)이나 말장난으로 본질을 호도하는 사람들에게 그 주제가 if-by-God(신에 대한 문제라면)이든 if-by-President든 문제가 아닌 듯 하다. 찬반의 이슈를 감성으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집단 이성으로 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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