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화질 사진ㆍ동영상ㆍ단체대화 등
문자로 가능한 국제표준기술 확보
자사 스마트폰에 기술 적용 계획
미래 핵심 사업 키우기 속도전
“모바일 메신저 수준 파급력 기대”
삼성전자가 문자메시지 겸용 통합 메신저 서비스(RCS) 기술 개발업체인 ‘뉴넷 캐나다’를 인수한다. 미국의 자동차 전장(電裝) 전문 기업 ‘하만’을 80억달러(약 9조3,760억원)에 인수하는 빅딜을 성사시킨 지 이틀 만이다. 미래 수익원 확보를 위한 삼성전자의 ‘글로벌 기업 사냥’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삼성전자는 16일 캐나다 노바스코샤 핼리팩스에 있는 뉴넷 캐나다를 인수하고 RCS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고 밝혔다. 인수가는 수백억원대로 알려졌다. RCS는 세계 이동통신 관련 표준을 만드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차세대 문자 메시지 규격으로 선정한 기술이다. 뉴넷 캐나다는 RCS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RCS는 이동통신사별 용량 제한이 적용됐던 기존 문자 메시지와 달리 고화질 사진이나 동영상 원본도 추가 비용 부담 없이 자유롭게 주고 받을 수 있다. 여러 사람이 참여하는 단체 대화도 가능하다. 전체적으로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과 비슷하지만, 국제 표준 기술이어서 국내 이용자끼리 주로 이용하는 카카오톡과 달리 국경을 초월해 주고 받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통화와 문자는 여전히 휴대폰 이용자들에게 기본적인 소통 수단이며 특히 인터넷 보급 속도가 더딘 신흥국에서는 중요한 서비스”라며 “통화는 음질이 더 깨끗하고 연결 속도가 빠른 LTE 바탕의 ‘VoLTE’가 도입된 반면, 문자는 수십년 동안 변화가 없다가 최근 RCS가 차세대 표준으로 채택되며 상용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CS 기술은 4년 전 국내에서도 개발됐으나 실패로 끝난 적이 있다. 2012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RCS 기반의 메신저 ‘조인’을 공동 개발해 출시했다. 하지만 이미 카카오톡이 평정한 국내 메신저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다 올해 초 서비스가 중단됐다. 이 사례를 거울 삼아 삼성전자는 전 세계 이동통신업체들에게 뉴넷 캐나다의 RCS 기술을 제공하고, 자사 스마트폰에 RCS 기술을 기본 탑재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확산시킬 계획이다. 국내 보다는 해외 시장을 겨냥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인이 실패했던 것은 별도 소프트웨어(앱)를 내려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이었다”며 “RCS 문자를 별도 가입절차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 모바일 메신저만큼 파급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해외 기업 인수합병(M&A)과 지분 투자는 올해 들어 일곱번째다. 최근 10년 동안 삼성전자가 성사시킨 M&A가 27건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속도다. 특히 하만 인수로 세계 정보기술(IT)ㆍ자동차 업계에 파장을 일으킨 지 이틀 만에 삼성전자가 또 다른 M&A를 성사시킨 것은 ‘잘하는 것에 더 집중하고 부족한 부분은 외부에서 수혈하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철학이 확실하게 반영된 것이라는 평가다. IT 업계 관계자는 “뉴넷 캐나다의 RCS 기술은 삼성전자가 최근 인수한 인공지능(AI) 플랫폼과 결합해 문자 대화형 AI 소프트웨어로도 진화할 수 있다”며 “삼성전자가 미래 핵심 사업 키우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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