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의 알렉세이 울류카예프 경제개발부 장관이 15일(현지시간)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됐다.
크렘린궁은 이날 울류카예프 장관이 체포된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울류카예프 장관을 해임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에 따르면, 울류카예프 장관은 로스테프티(국영석유기업)가 바슈네프티(또다른 국영석유기업)의 지분을 인수할 수 있도록 긍정적인 평가를 해 주고 로스네프티 측으로부터 200만 달러(약 23억원)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울류카예프 장관은 로스네프티 측을 협박해 돈을 뜯어냈으며, 이날 새벽 로스네프티 사무실에서 현금을 건네 받는 과정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러시아 형법상 뇌물수수 혐의는 최대 15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수사 관계자는 “약 1년에 걸쳐 울류카예프 장관의 전화통화를 감청한 끝에 범죄 혐의를 포착했다”고 말했다.
울류카예프 장관은 그러나 혐의를 부인하는 한편, 관련 진술도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2000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집권 이후 수뢰 혐의로 체포된 최고위 관리”라고 보도했다.
한편, 세계적 규모의 러시아 최대 국영석유기업 로스네프티는 10월 중순 바슈네프티의 지분 50.08%를 3,290억 루블(약 5조9,000억원)에 인수했다. 중앙정부가 추진하는 국영기업 민영화 프로그램이었지만, 국영기업이 다른 국영기업 지분을 매입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었다.
울류카예프 장관도 처음엔 반대 입장이었으나 이후 “입찰 희망 기업들 가운데 민간 평가기관이 내놓은 바슈네프티 지분가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기업은 로스네프티가 유일하다”며 태도를 바꿨다. 결국 로스네프티는 평가 가격보다 20% 정도 높은 가격에 바슈네프티 지분을 인수했다. 수사당국은 울류카예프가 입장을 바꾸는 과정에 로스네프티 측과 모종의 검은 거래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울류카예프 장관은 재무부 차관과 중앙은행 부총재를 거쳐 지난 2013년 6월부터 경제개발부 장관으로 재직 중이다. 일각에선 그에 대한 수사가 푸틴 정권 내 권력 다툼과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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