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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슨 보물

입력
2016.11.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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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11.16

대영박물관에 보관된 혹슨 유물. 영국서 발굴된 고대 로마 유물로는 최대규모였다.
대영박물관에 보관된 혹슨 유물. 영국서 발굴된 고대 로마 유물로는 최대규모였다.

1992년 11월 16일 은퇴한 정원사 에릭 로스(Eric Lawes)가 영국 서포크 혹슨(Hoxne)이란 마을 남서쪽 들판에서 오래된 동전과 황금 사슬과 은스푼 등을 발견했다. 망치를 잃어버렸다는 한 임차 농부의 부탁을 받고 금속 탐지기로 근방을 훑던 중이었다. 고대서부터 크고 작은 전쟁이 잦았던 유럽에는 오래된 화폐 등 보물들이 간간히 발굴돼 취미 삼아 금속 탐지기를 들고 빈 들판을 누비는 이들이 더러 있다고 한다. 로스도 아마추어 금속 탐지가였다.

그는 그날 비닐 쇼핑백 두 개가 가득 찰 만큼의 보물을 캤고, 토지 소유주인 서포크 카운티 의회에 그 사실을 알렸다. 고고학 발굴팀은 현장에서 569개의 금화를 포함 약 1만5,000 개의 동전과 황금 허리띠 등 장신구 29점, 은수저와 국자 등을 발굴했다. 무게로는 금과 은만 각 7.7파운드와 52.4파운드로, 문화재적 가치를 뺀 귀금속 가치로만 당시 시가로 430만 달러에 달했다.

연구팀은 동전 주조 시기 등을 근거로 발굴 유물이 제국 말기인 4세기말~ 5세기 초의 것으로 판명했다. 로마 제국 멸망과 함께 브리타니아를 철수하던 누군가가 추후 회수할 의도로 은닉한 것으로 추정됐다. 유물은 섬유로 된 보자기에 담긴 뒤 다시 자물쇠 달린 참나무 궤에 보관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물은 농부의 망치와 함께 런던 대영박물관에 보관됐다.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 ‘The Sun’이 로마 보물 발굴 소식을 전한 건 11월 19일자였고, 의회 공식 기자회견은 다음날이었다. 전국서 보물 사냥꾼들이 몰려들면서 그 지역은 몸살을 앓았고, 의회는 93년 9월과 94년 유력지로 알려진 인근 지점을 발굴하기도 했다. 영국 문화재당국은 이듬해 11월 발견자 로스에게 포상금 175만 파운드(약 25억 원)을 지급했고, 로스는 자신에게 망치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던 농부와 그 돈을 나누었다.

혹슨 유물은 영국에서 발굴된 로마 유물로는 최대 규모로, 대영박물관 전문가들이 출연한 2003년 BBC TV 다큐멘터리 ‘Our Top Ten Treasure’에서 3위로 꼽혔다. 1위는 빈돌란다(Vindolanda) 유적서 발굴된 1세기 말 고대 로마의 목판 기록물이었다.

최윤필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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