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 대상이었던 장편소설 혹은 소설집들 중 본심에서 다시 논의된 것은 김금희 ‘너무 한낮의 연애’, 김숨 ‘L의 운동화’, 김이설 ‘오늘처럼 고요히’, 윤성희 ‘베개를 베다’, 윤이형 ‘러브 레플리카’, 정지돈 ‘내가 싸우듯이’, 조해진 ‘여름을 지나가다’, 최은미 ‘목련정전’, 이렇게 총 8편이었다. 예심 후 한 주 동안의 숙고를 거쳐 본심을 진행했다. 해당 작품들에 대한 한 차례의 열띤 논의 후 1차 투표를 통해 각 심사위원당 두 권씩을 추천했고, 그 결과 최종 후보작은 김숨, 윤성희, 윤이형, 정지돈, 조해진 이렇게 다섯 사람의 작품으로 좁혀졌다.
정작 다섯 작품으로 좁혀지자 심사는 오히려 난항을 겪었다. 의견이 달라서라기보다는 작품들의 수준이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어느 작품을 수상작으로 결정하더라도 무방해 보였다. 정지돈의 ‘내가 싸우듯이’는 그 실험성이 찬사를 받을 만했다. 그의 실험은 단순히 신인의 패기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고도로 지적인 기획 하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조해진의 ‘여름을 지나가다’는 설명하기 힘든 상실감 이후를 살아가야 하는 인물들의 내밀한 의식 세계를 잘 그려내 작품이었다. 그러나 이 두 작품에 대해서는 몇 가지 수긍할 만한 단점들이 지적되었고, 결국 나머지 세 작품을 두고 심사가 길어졌다.
윤이형의 ‘러브 레플리카’는 작가가 초기에 즐겨 차용하던 SF 장르의 문법을 초과하면서 삶에 대한 윤리적이고 세심한 통찰이 더해진 작품이었다. 타인에 대한 사유와 공감의 내밀함이 용맹하고 시적이었다. 김숨의 ‘L의 운동화’는 메타소설로 읽히는 측면이 강했다. 역사적 기억을 복원하는 일의 지난함, 위험, 조심스러움 등에 대한 작가의 사유가 시의적이면서도 윤리적이었다.
그러나 올해 수상작의 영예는 결국 ‘베개를 베다’의 윤성희에게 돌아갔다. 그의 소설들에서는 외견상의 유머 이면에서 작가와 인물들이 견뎌내야 했던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고, 이 작품집을 통해 작가 윤성희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완성한 듯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거론된 모두에게 상을 줄 수는 없다는 점이었다.
심사위원 황현산(문학평론가) 은희경(소설가) 신수정(문학평론가) 김영찬(문학평론가) 김소연(시인) 김형중(문학평론가) 금정연(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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