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촛불 집회 계속 참여”
“범죄행위 소명에 성별 들먹이나”
“시간 벌어 증거 은폐햐려는 꼼수”
15일 박근혜 대통령 측이 국정농락 사태와 관련해 검찰의 직접 조사 방침에 사실상 협조 거부 의사를 나타내면서 여론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시민들은 “책임을 지겠다는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는 완벽한 기만이었다”며 박 대통령을 향해 거센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박 대통령 변호인으로 선임된 유영하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은) 되도록 서면조사를 하고 의혹 사안이 모두 정리된 후 조사가 이뤄지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검찰의 대면조사 계획을 따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민ㆍ사회단체들은 박 대통령이 여전히 사안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고 있다며 변호인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박근용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대통령 2차 사과담화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라며 “국민의 분노에 놀라 그나마 속도를 냈던 검찰 수사가 다시 주춤할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유 변호사가 기자회견 내내 ‘조사 최소화’를 언급하면서 서면조사를 강조한 점도 도마에 올랐다. 제기된 의혹이 워낙 방대한데도 한계가 분명한 서면조사를 고수하려는 발상은 결국 협조에 흉내만 내겠다는 뜻으로 읽혀지기 때문이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사안이 엄중하고 국민 대다수가 의심을 품는 상황에서 서면조사는 고려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이미 국민적 공감이 이뤄진 조사 방법을 다시 꺼내 논란을 키우는 것은 불붙은 반발 여론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들은 “여성으로서 대통령의 사생활을 고려해달라”는 변호인 언급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직장인 김모(34)씨는 “범죄 행위를 소명하는데 성별이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며 “박 대통령의 약점이자 보호해야 할 가치로 여성을 내세운 걸 보니 또 다시 의혹 묻기에 급급할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은 “사정을 감안할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조사 횟수와 시기를 늦춰야 할 명분은 되지 않는다. 시간을 벌어 범죄혐의를 은폐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야권도 비난 대열에 가세했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는 검찰 조사를 지연시켜 책임 추궁에서 빠져 나갈 묘수를 찾으려는 것”이라며 “검찰 수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라던 대통령의 사과는 결국 국민의 비판을 잠시 피하려는 새빨간 거짓말임이 분명해졌다”고 비판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대변인도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이제 와서 사건검토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아직 은폐하지 못한 증거들이 많다는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며 “검찰은 박 대통령 변호인의 적반하장식 수사연기 요청을 절대 수용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안일한 현실 인식이 다시 한번 확인되면서 시민사회의 정권 퇴진 운동은 더욱 거세게 번질 것으로 보인다. 주부 정모(52)씨는 “정치권을 기웃거리던 사람이 대통령 변호를 맡는다는 자체부터 이해가 안 되는데 아니나 다를까 엉뚱한 주장만 늘어놓는 걸 보고 주말 촛불집회에 꼬박꼬박 참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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