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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패닉, 추수감사절엔 잠시 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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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패닉, 추수감사절엔 잠시 잊기를

입력
2016.11.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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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추수감사절 퍼레이드 행렬이 시작 지점인 맨해튼 센트럴파크 북쪽에서 대기하고 있다. 김신정 제공
2015년 추수감사절 퍼레이드 행렬이 시작 지점인 맨해튼 센트럴파크 북쪽에서 대기하고 있다. 김신정 제공

11월 넷째 목요일인 추수감사절은 미국의 가장 큰 명절이다. 가족과 함께 한 해를 돌아보며 일상의 감사함을 되새기는 가장 미국적인 명절이라고 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나 부활절처럼 종교적인 의미도 없고, 선물을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도 없다. 추수감사절 당일인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연휴로 쉬는 이들이 대부분이라, 누구나 가족 또는 가까운 이들과 느긋하게 즐기곤 한다.

하지만 11월 한 달은 추수감사절을 준비하기 위한 즐거운 이벤트로 가득하다. ‘터키 트롯’ 은 추수 감사절 전후로 열리는 5㎞, 10㎞ 등 단거리 마라톤 대회로, 모두가 함께하는 데 더 의미를 둔다. 추수감사절 잔치 음식의 상당한 칼로리 부담을 미리 덜어주고 좀 더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연휴를 시작하자는 취지인데, 불우한 이웃을 위한 성금 모으기를 함께 하기도 한다.

추수감사절이면 아침부터 부엌에서 맛있는 요리 냄새가 풍기고, 아이들은 TV로 생중계 퍼레이드를 본다. 메이시 백화점이 해마다 맨해튼에서 여는 퍼레이드는 올해 90회를 맞으며 미국의 전통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뉴욕 인근에 사는 이들은 아침 9시부터 시작하는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두어 시간 전에 벌써 삼삼오오 짝을 지어 퍼레이드 라인을 따라 자리를 잡고 선다. 이 이른 아침의 전통이 끝나고 나면 추수감사절은 맨해튼이 조용해지는 일년에 몇 안 되는 날이 된다. 추수감사절 다음날은 본격적으로 크리스마스 선물 쇼핑이 시작되는 블랙 프라이데이로, 미국인들이 일년 중 가장 쇼핑을 많이 하는 날이다.

오븐에서 적어도 반나절 이상 굽는 칠면조 구이를 중심으로, 칠면조를 굽는 과정에서 나오는 육즙과 기름으로 만드는 그레이비 소스에 빵, 곡류, 고기 등을 섞어 따뜻하게 데워 먹는 스터핑, 삶은 감자를 으깬 뒤 버터와 크림을 섞어 풍미를 더한 매시 포테이토, 새콤달달한 크랜베리 소스 등이 잘 알려진 이 날의 사이드 디시다. 집안의 가장이 칠면조를 써는 것으로 시작하는 추수감사절 식사에 디저트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펌킨 파이, 스위트 포테이토(주황빛이 나는 미국식 고구마) 파이, 사과 파이, 피칸파이 등 파이 종류가 압도적인 추수감사절은 늦가을의 달달함을 총 집합해 놓은 자리다.

이 모든 음식을 몇 주 전부터 계획하고 직접 준비하는 주부도 있지만, ‘포트럭’의 형태로 손님을 초대하기도 한다. 호스트는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칠면조 구이를 맡고, 초대받아 오는 친척과 친구들은 사이드 디시를 하나씩 맡거나 와인 및 디저트를 구입해 오는 식으로 서로의 요리 부담을 덜어준다. 추수감사절은 가족과 함께 지내게 되니 명절 전후로 친구들과 모여 함께 식사를 하거나 명절에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없어 친구들끼리 모인 추수감사절 식사도 있다. 이를 일러 ‘프렌즈기빙’이라고 부른다. 특히나 포트럭이 중요한 식사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 캠페인에 이어 투표 결과, 그리고 그에 대한 분노와 실망을 표현하는 시위의 후 폭풍까지 정신 없이 몰아친 11월. 그나마 추수감사절이 있어 미국에 사는 모든 이들이 따뜻한 명절의 의미와 감사를 되새기며 잠깐이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됐다. 유난히 다음주가 기다려진다.

김신정 반찬스토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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