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첫 인사가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극우성향 인터넷매체 ‘브레이트바트’창립자인 스티브 배넌의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수석고문 인선을 두고 민주 공화 양당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민주당은 “백악관에 백인우월주의자가 입성했다”며 강력 비난하고 나섰다. 해리 리드(네바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성명을 통해 “트럼프가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주장을 펼치고 있는 인사를 수석 보좌관으로 임명한 것을 보면 왜 백인 우월주의단체 쿠클럭스클랜(KKK)이 트럼프를 자신들의 대변자로 보는지 잘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길거리 싸움꾼’이라는 평가를 받는 강경 보수 성향의 배넌이 미국 사회를 대표하는 백악관 요직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배넌의 반 유대주의 때문에 유대인들도 난리가 났다. 유대인 차별철폐 운동단체인 ‘ADL’도 “배넌이 속한 ‘대안 우파’(alt-right)는 백인 민족주의자와 인종주의자, 반유대주의자들이 뻔뻔스럽게 결합된 세력”이라며 트럼프의 선택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혐오주의 감시단체인 ‘남부빈곤법률센터(SPLC)’는 “매일 트럼프 자신에게 조언할 사람으로 그를 선택한 것은 재앙”이라며 “배넌은 백인 국수주의자의 선전장이 된 브레이트바트를 뒤에서 움직인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공화당은 공개적인 비판을 삼가고 있는 가운데 배넌과 선긋기에 나서는 정치인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버즈피드는 공화당 의원들조차 “난 배넌에 대한 잘 모른다”고 이야기를 하거나 “트럼프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식의 중립적 반응만 내놓았다고 소개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백악관 비서실장에 발탁된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 전국위원장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런 말(백인우월주의)이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수개월 동안 함께 일했지만, 단 한번도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없다”며 항간의 우려를 일축했다.
1953년생인 배넌은 보수 우파 언론매체 브레이트바트를 창업한 인물로 지난 8월 트럼프 캠프에 합류했다. 선거 과정에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폭행 피해 여성 기자회견, 멕시코 대통령과의 면담 등 선거를 승리를 이끈 굵직한 전략들을 마련하며 전략가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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