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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인사이트] 최순실 게이트 휩싸인 평창올림픽 재원 확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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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인사이트] 최순실 게이트 휩싸인 평창올림픽 재원 확보 위기

입력
2016.11.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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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 기업들 협약 시기 미루기

공공기관 대거 참여도 불투명

정부 지원 예산 대폭 삭감 우려

여론마저 싸늘 붐 조성도 차질

2011년 7월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IOC총회에서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되자 평창군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던 주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강원도 제공
2011년 7월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IOC총회에서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되자 평창군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던 주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강원도 제공

“평창!”

2011년 7월 7일 오전 0시 18분 남아프리카 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장. 당시 자크 로게 IOC위원장이 흰 봉투를 열고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평창”을 외치자 강원도 평창은 물론 전국이 들썩였다. 일본 나고야(名古屋)를 꺾고 서울올림픽을 유치한 1981년 서독 바덴바덴의 신화가 재현되자 온국민이 환호했다.

2003년과 2007년 두 번의 아픔을 딛고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시골마을 주민들의 눈물 겨운 도전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강원도는 수십 조원에 이르는 올림픽 경제효과를 언급하며 “국토의 변방이었던 강원도를 한 단계 도약시킬 기회”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북미와 유럽의 전유물이나 다름 없던 동계올림픽 유치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한 단계 ‘업 그레이드’ 시켰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5년 여가 지난 지금 평창동계올림픽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라는 거대한 암초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조직위원장 교체부터 분산개최 불가 입장, 마스코트 선정, 올림픽 개ㆍ폐회식장 건설, 경기장 사후활용 문제까지 최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세 번의 도전 끝에 대회를 유치한 평창군민의 걱정도 이만 저만이 아니다. 지형근(61) 전 평창 부군수는 “어렵게 유치한 동계올림픽이 외풍에 휩쓸려 표류하는 것 같아 정말 안타깝다”며 “이러다가 제대로 대회를 치르지도 못하는 거 아니냐는 걱정을 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최순실 게이트는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과 올림픽 특구 조성 등 평창 올림픽 후광효과를 기대했던 강원도의 현안사업에도 악재가 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완공을 앞둔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에서 국제봅슬레이 스켈레톤경기연맹(IBSF)과 국제루지경기연맹(FIL)으로부터 경기장 인증을 받기 위한 사전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강원도 제공
지난달 28일 완공을 앞둔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에서 국제봅슬레이 스켈레톤경기연맹(IBSF)과 국제루지경기연맹(FIL)으로부터 경기장 인증을 받기 위한 사전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강원도 제공

상황이 심각해지자 이희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이 직접 나서 “올림픽 조직위원회 납품구조는 공개입찰 방식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탑 스폰서와의 수의계약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어떤 압력도 작용할 수 없는 구조”라며 “단 한 푼도 최씨 측에 흘러가지 않았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여론은 이미 싸늘히 식어 버렸다. 급기야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도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평창 동계올림픽 준비 차질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미 곳곳에서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올림픽 준비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후원을 약속했던 기업들이 협약 시기를 미루고, 공공기관의 참여도 불투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예산 심의과정에서 올림픽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올림픽 준비를 조율하고 끌고 가야 할 청와대와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추진 동력이 거의 사라졌다는 점이다. 자칫 강원도만의 잔치로 전락할 걱정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이를 의식한 듯 “최순실 게이트의 최대 피해자 가운데 하나가 평창올림픽”라며 “이번 사태로 국가 이미지가 심한 손상을 입어 올림픽을 제대로 못 치는 나라로 국격이 실추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원도는 최근 평창올림픽 준비를 위한 국비 예산 1,200억 원을 국회에 긴급 요청했다. 국민화합 문화올림픽 사업비 150억 원을 비롯해 ▦올림픽 경관 개선ㆍ문화거리 조성 450억 원 ▦올림픽 붐 조성 홍보 220억 원 ▦올림픽 상징물 건립 200억 원 ▦G(Game)-100일 올림픽 전국 페스티벌 100억 원 ▦관광 인프라 구축 80억 원 등이다. 그 동안 경기장과 진입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확충에 신경 쓰느라 소홀했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예산이다.

강원도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지난 7월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초교에서 ‘수호랑 반다비와 함께하는 2018 평창’ 홍보 행사를 열고 올림픽 붐 조성에 돌입했다. 그러나 평창동계올림픽은 최근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려 국민적 열기가 차갑게 식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 강원도 제공
강원도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지난 7월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초교에서 ‘수호랑 반다비와 함께하는 2018 평창’ 홍보 행사를 열고 올림픽 붐 조성에 돌입했다. 그러나 평창동계올림픽은 최근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려 국민적 열기가 차갑게 식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 강원도 제공

강원도 입장에선 이들 예산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올림픽까지 불과 1년 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을 감안하면, 시기상 올해가 예산확보를 위한 마지막 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망은 밝지 만은 않다. 국회 예산심의를 3주 가량 앞둔 15일 현재 올림픽 개최지 환경개선사업 등 상당수 예산이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더구나 국회 예산심의 최종관문인 예산결산특별위 예산안 조정소위원회에 강원도에 지역구를 둔 의원의 진출마저 무산됐다. 정치권의 측면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스포츠 전문가들은 예산확보와 함께 차갑게 식어 있는 올림픽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을 빨리 끌어올리는 것 또한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김태동(47) 강원발전연구원 박사는 “동계올림픽을 치르는데 필요한 예산을 제 때 확보하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한 동계스포츠 종목을 소개하고 재미를 붙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이달 25일부터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열리는 스노보드 빅 에어 대회가 ‘붐 업’을 위한 첫 번째 무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물론 홍보를 비롯한 모든 대회준비는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공적인 시스템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지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최순실은 최순실이고, 평창올림픽은 평창올림픽’이란 점을 분명히 해 정부와 국회를 설득, 올림픽 성공개최를 위한 운영 예산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문순 도정은 정부가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올림픽 붐 조성과 예산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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