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에만 임대료 5.4% 올라
“홍대만의 개성을 완전히 잃을 것”
문화예술인 300명 대책회의 구성
區는 “서비스ㆍ인프라 강화 필요”
문화예술의 메카로 불리는 서울 마포구 홍대 일대가 술렁이고 있다. 마포구가 이 지역에 문화관광특구 지정을 추진하자 기존 상인과 문화ㆍ예술인들이 지나친 상업화를 이유로 반발하면서다.
15일 마포구에 따르면 구는 서교동, 상수동, 합정동 일부를 포함한 홍대지역 일대에 대한 관광특구 지정 용역을 마무리하고 이달 중 서울시에 관광특구 지정을 제안할 예정이다. 관광특구 지정 승인이 나면 구는 시의 지원을 받아 관광정보센터를 신축하는 등 내년부터 시설을 갖춰나갈 방침이다.
현재 서울시에서 지정한 관광특구는 중구 명동ㆍ남대문, 북창동 일대와 동대문구 패션타운,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 종로구 종로ㆍ청계천 일대, 송파구 잠실, 강남구 강남 마이스 등 5개 구, 6곳이다.
관광특구로 지정되면 정부가 관광특구 내 관광객 유치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시설에 대해 관광진흥개발기금을 대여하거나 보조한다. 음식점 야외 영업이 허용되고, 매년 축제 및 관광명소화 사업에 보조금이 지급되는 등 시로부터 다양한 행정적ㆍ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특구 지정으로 인한 집값과 임대료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가파른 임대료 상승 때문에 이주를 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관광특구 지정이 속도를 내면서 상권 변두리였던 상수ㆍ합정ㆍ연남동까지 임대료가 고공행진 중이다. 중개업계에 따르면 올 3분기 홍대 인근 일대의 임대료는 전 분기 대비 5.4% 상승했고, 범홍대 상권인 합정동, 상수동도 각각 18.7%, 0.4% 올랐다. 상수동에서 10년 동안 거주하다 망원동으로 이주한 이주영(33)씨는 “동네가 ‘핫플레이스’가 되면서 자주 가던 밥집과 술집이 임대료 때문에 문을 닫았고 분위기도 완전히 달라졌다”면서 “자본이 몰리면 소상공인과 원주민들은 쫓겨날 수 밖에 없고 결국 배 불리는 것은 대기업과 건물주”라고 말했다.
홍대 앞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인들의 위기감은 더하다. 최근 관광특구 지정을 막기 위해 홍대 일대의 문화예술인 300여명이 모여 ‘홍대 관광특구 대책회의’를 구성, 반대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대책회의 관계자는 “마포구는 롤모델로 명동과 이태원을 꼽는데 이는 1980년대부터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홍대 문화의 자산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면서 “지금도 이미 호텔과 사후면세점, 화장품 가게, 대기업 쇼핑몰 등이 마구잡이로 들어서면서 거리가 망가졌는데 관광특구가 되면 개성을 완전히 잃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회의 측은 지난달부터 페이스북 페이지(facebook.com/maposightseeing)를 통해 관광특구 지정에 반대하는 서명을 받고 있다.
반면 마포구은 관광 명소로서의 성장을 위해 관광특구 지정을 통한 서비스ㆍ인프라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마포관광통계조사에 따르면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을 방문한 외국 관광객 1,100만 여명 중 651만 명이 마포구를 다녀간 것으로 추정된다. 마포구 관계자는 “2020년에는 외국 관광객 1,000만 시대가 예상되는 만큼 문화ㆍ관광으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관광특구 지정이 꼭 필요하다”면서 “홍대의 문화적 특성을 살리기 위해 20억 원을 투입해 문화ㆍ예술 공간 조성 사업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글ㆍ사진=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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